당원 투표 지역·연령별 반영 비율 놓고 '갑론을박' 벌어져
영남권·노년층 비율 높아 당 일각서 '편향성' 문제 제기도
선관위 측 "원칙대로 했을 뿐…당대표는 지지자의 손으로"
긴급 의원총회 열릴 듯…자칫 당내 갈등 커질 수 있어 우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들의 컷오프를 위한 예비경선 여론조사가 26일 시작되며 본격적인 경쟁의 막이 오른 가운데, 당심의 반영 비율을 높이고자 한 경선 룰을 놓고 갑론을박이 거세지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변화와 혁신의 계기가 되어야 할 전당대회가 자칫 세부사항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선 룰을 둘러싼 일각의 문제제기는 이번 예비경선 과정에 당내 호남·청년세력이 배제되고, '역선택 방지 조항'으로 인해 일반 민심까지 반영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평가에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앞서 당원 투표에서 지역별 반영 비율을 수도권 29.6%, 대구·경북 30%, 부산·울산·경남 30.7%, 충청권 10.1%, 강원·제주 4.2%, 호남권 0.8%의 비율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령별 비율에서는 '40대 이하'27.4%, '50대' 30.6%, '60대 이상' 42%를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 같은 룰을 적용할 경우 호남 지역 당원들과 40대 이하, 즉 2030 당원들의 여론의 반영 비율이 미미해진다는 데 있다. 지나친 편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지자 당 선관위가 호남 당원 비율을 2%까지 올리겠다는 수정 방안을 내놓았지만, 21대 국회서 줄곧 호남 외연 확장 행보를 펼쳐 온 그간의 행보와는 배치되는 방향성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일반여론조사 진행 과정에서도 응답자를 국민의힘을 지지하거나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에 한에서만 조사를 실시하는 이른바 '역선택 방지룰'에 대해서도 찬반 여론이 갈리고 있다. 반대 측은 어차피 국민의힘 지지자를 대상의 여론만 조사할 경우 '국민 여론조사'라는 이름 자체가 무색해진다는 취지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통계청장 출신의 초선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여론조사가) 무슨 의미냐"라며 "숫자로 장난치는 자는 숫자로 망한다"고 언급했다.
또 "당원 조사에서의 연령별 비율을 보면 청년의 몫은 어디에도 없다. 노인정당임을 인증하는 꼴"이라며 "금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모처럼 눈길을 준 청년들에게 예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도 "우리 당의 미래는 재보궐선거에서 전폭적 지지를 보내준 2030세대를 우리 당의 확고한 지지로 이끌어내는 것에 있다"며 "세대 확장에 실패하면 정권교체도 불가능하다. 당원 여론조사에서조차 이런 시대적 흐름을 막으려는 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선관위의 방침대로 당대표 경선이 치러질 경우 전통적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되는 노년층과 영남권 당원들의 비중이 강화되는 만큼,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진 세력에게 불리한 반면 일부 중진 의원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해 편향성 논란이 불거질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많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그간 당을 지켜온 분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렇게 소위 '집토끼'들로만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하게 드러낸다면 지난해 총선 참패 이후 줄곧 외쳐 왔던 '외연 확장'의 진정성을 믿어달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 국민의힘 선관위 측은 특정 세력이나 계파에 유리한 판을 구성한 것이 아닌, 당원 분포에 맞게 현실적인 안을 마련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한 선관위원은 통화에서 "투표에 참여할 당원 비율을 지역·연령별 분포도에 따라 배열했을 뿐이다. 호남당원의 목소리가 2%밖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지만, 호남지역 당원이 그만큼 현저히 부족한 데 임의로 반영 비율을 늘릴 경우 오히려 '특혜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역선택 방지 조항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없다. 당대표는 당 지지자의 손으로 뽑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 전했다.
경선 룰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초선의 황보승희 의원은 이날 당 소속 의원들에게 '긴급 의원총회 소집요청서'를 발송하고 "당대표 경선 룰 관련 논의를 위해 긴급 의총 소집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헌상 재적 의원 10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원내대표가 총회를 소집해야 하기에 황보 의원의 요청한 의총은 이르면 27일 열릴 가능성이 있다. 경선 룰을 둘러싸고 의원들 간 치열한 격론이 오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민주정당인만큼 룰을 둘러싼 치열한 논의가 벌어지는 것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이다"라면서도 "단 이것이 특정 세력간 자존심 혹은 세대결로 비춰질 경우, 모처럼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보내주고 있는 전당대회가 또 다시 집안 싸움·밥그릇 싸움으로 비춰 당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