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vs 신진' 대결 구도 명확…'계파론' 두고 감정 격화
'신진 세력 후보 단일화' 이뤄질 지에 당 안팎 관심 집중
김웅 "모든 가능성 열어…희생할 일 있으면 당연히 희생"
'신진 vs 중진' 구도가 명확해진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며 세력 간 견제와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중진 그룹에 맞서는 신진 세력 간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27일에도 중진 당대표 주자들의 '계파론 공세'는 이어졌다. 이들은 당대표 레이스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초선 김웅 의원이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깝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유승민 배후설'을 연일 제기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소위 특정 계파에서 2명(이 전 최고위원, 김웅 의원)이 나왔다"며 "차기 당대표는 '야권통합의 당대표가 되어야 하는데, 잘못해서 야권 분열의 당 대표가 되면 어쩌나"라고 언급했다.
또 "세대교체보다는 정권교체가 먼저"라며 "당을 지켰던 분들이 저를 많이 지지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파정치의 피해자였던 유승민계가 전면에 나서 계파정치의 주역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들의 그림자가 이번 전당대회 시작부터 아른거리기 시작하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번 전당대회는 정권탈환을 위한 대혁신, 대통합이냐 당을 망친 계파정치의 나락으로 다시 굴러 떨어지느냐의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중진 의원들로부터 공세의 대상이 된 신진 세력도 강도 높게 맞받아쳤다. 특히 '유승민계' 혹은 '유승민 배후설'에 대해 유 전 의원이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에서 2~3%의 고전을 면치 못 하고 있는 것을 거론하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신진 세력의 돌풍은 유 전 의원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김웅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아침저널'에서 "유승민 전 의원 본인 지지율이2~3% 나오는 것으로 아는데, 유승민이 지원한다고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당대표 지지율이 30%가 나온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 아닌가"라며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나경원 전 의원도 유승민 전 의원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했는데 그럼 나 전 의원도 '유승민계'인가"라고 반문했다.
초선 당권주자인 김은혜 의원도 "전당대회가 단 하루만에 '축제'에서 '막장'으로 변질됐다"며 "이치에 닿지도 않는 음모론으로 물을 흐리는 옹졸한 리더십에 대선 승리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 전 최고위원 또한 "아무리 생각해도 구(舊)친박계의 전폭 지원을 받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이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상당히 주저할 것 같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의 '유승민 배후설' 공세에 '친박계 조력론'으로 되받아친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준석·김웅·김은혜 등 신진 세력이 이른바 '소장파 단일화'에 나서 세를 규합해 중진 세력에 맞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오후 발표되는 예비경선 결과에서 컷오프 되는 후보가 있다면 특정 후보 지지선언 및 합동 유세를 통해 사실상의 단일화 효과를 추진하게 될 전망이다.
김웅 의원은 "모든 가능성을 열고 가고 있다"며 "지금 소장파 중에서 제가 나이가 제일 많다. 다른 두 분을 위해서 제가 해야 할 일이 있고, 희생해야 될 일이 있으면 당연히 희생할 것"이라고 했다.
당심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지만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 및 홍문표·조경태 의원 등 지역별로 표가 양분될 가능성이 큰 중진 세력과 민심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신진 세력의 구도에서 '소장파 단일화'까지 이뤄질 경우 신진 단일 후보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단일화를 통해 젊은 층과 중도층을 대변하는 확실한 후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그 지점에서 '단일화 플러스알파'의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며 "당내 선거도 일반 선거 못지 않게 '바람'이 중요하다. 당원들도 민심의 바람을 타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대의를 바탕으로 전략적 선택을 내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 바라봤다.
단 이 같은 신진 세력 후보들 간의 단일화 추진 과정 역시 '하나의 세력 형성'이라 평가절하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 중진 당권 주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정 계파로 의심받는 주자들이 '당권 경쟁 승리'라는 명목 하에 단일화를 하려 한다면 결국 하나의 세력 안에서 같은 테두리에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