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지침 종료, 美의 적대행위"
개인명의 보도로 '수위 조절'
美의 北 공식국호 활용에 '긍정 반응'
향후 군사도발 가능성 배제 어려워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반응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대외 공식 명칭(DPRK·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을 사용한 데 대해선 '호응'한 반면,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와 관련해선 '불쾌감'을 피력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사일 지침 종료와 관련한 북한매체의 보도와 관련해 "개인 명의의 글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논평하기보다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공식)반응 등을 신중한 입장에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제문제평론가라는 김명철 명의의 글을 통해 "이미 수차에 걸쳐 미사일 지침 개정을 승인하여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한 것도 모자라 사거리 제한 문턱까지 없애도록 한 미국의 처사는 고의적인 적대행위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통신은 "우리의 자위적 조치들을 한사코 유엔 결의 위반으로 몰아붙이면서도 추종자들에게는 무제한 미사일 개발 권리를 허용하고, 입으로는 대화를 운운하면서도 행동은 대결로 이어가는 것이 바로 미국"이라며 "이것은 미국이 매달리고 있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인 동시에 파렴치한 이중적인 행태를 스스로 드러내는 산 증거"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미시일 지침 종료를 적대행위로 규정하면서도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나 외무성 당국자가 아닌 평론가를 내세워 반발한 것은 수위 조절 성격을 띤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미사일 지침 종료에 대한 비판이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서만 보도돼 향후 대화 복귀를 염두에 둔 조치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전날 주민들이 소비하는 노동신문을 통해 국호(DPRK)의 중요성을 비중 있게 다루기도 했다.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North Korea가 아닌 DPRK로 칭한 데 대해 호의적으로 반응한 것이라는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사일 지침 종료와 관련한 북한의 메시지가 "대외 통신사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그것도 김명철이라는 개인 필명을 통해 나왔다"며 "내용상 한미 정상회담을 비판한 것처럼 보이나 당국자 명의가 아니다. 김명철은 북한 외곽 기관인 조미평화센터 소장으로,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공이 넘어간 상황에서 미사일 지침 종료와 관련한 '개인 메시지'를 발표하며 (미국의) 반응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전체를 비판하고 대화를 포기했다면 개인 논평을 보도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이 종료된 지 9일 만에 그마저도 비중이 상당히 떨어지는 평론가를 통해 입장을 내놓은 것은 북측이 대미관계를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북미대화 재개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그렇다고 북측이 완전히 미국과의 대화에 관심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전술핵 탑재 가능한 '신무기' 발사 가능성
다만 군 당국이 미사일 도발로 이어질 수 있는 군사적 움직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북한의 선택을 예단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미사일 지침 종료를 콕 집어 문제 삼은 것 역시 향후 추가도발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미국을 직접 겨냥할 경우 협상 판이 엎어질 수 있는 만큼, 한국·일본을 위협할 수 있는 신무기를 공개해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 지침 종료 문제를 공개 거론하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 의지와 연계된다"며 "북한이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주장해온 '자위적 조치'를 다시 한번 정당화한 만큼 향후 미사일 시험 재개를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대회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전술핵 탑재용 신무기'를 선보일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통신은 "우리의 과녁은 남조선군이 아니라 대양 너머에 있는 미국"이라며 "남조선을 내세워 패권주의적 목적을 실현해보려는 미국의 타산은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어리석은 행위일 뿐이다.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저들이 추구하는 침략 야망을 명백히 드러낸 이상 우리의 자위적인 국가 방위력 강화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소리가 없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며 조선반도의 정세 격화는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들의 안보 불안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과 관련한 특이동향에 대해 "우리 군은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추가로 설명할 사안은 없다. 우리 군은 확고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