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지지' 업고 '상반기 드라이브'
이인영 "南北관계, '대선용' 격하 가능성"
北, 대화 응하기보다 '中 밀착' 가능성
"버티기 들어갈 듯…군사도발 할 수도"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을 강조하며 북한 호응을 촉구하는 가운데 북한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6월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어떻게든 북한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결과를 장담하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상반기 중으로 남북 간 연락채널을 복원하고 대화를 재개하며 남북관계 개선으로 갈 수 있는 변화의 모멘텀을 만드는 것이 제일 좋다"면서도 "내년 대선 일정이 임박하면 남북관계가 대선용 이벤트로 격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치 일정상 하반기부터 차기 대선 국면에 접어드는 만큼, 6월까지 남북 접점을 만들어야 '북풍'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정부는 무엇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남북협력 지지 표명'에 주목하며 금강산 개별방문 등 독자 대북사업 추진 의지를 거듭 강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연초 제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중장기 전략으로 자력갱생·자급자족을 내세운 북한은 내치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일 한 달여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며 "경제사업과 인민생활의 안정 향상을 위한 투쟁"을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과 한국이 "공은 북한에 넘어갔다" "호응을 기대한다"며 대화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결이 다른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북한의 향후 행보는 6월 상순 개최되는 제3차 전원회의를 통해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정치국 회의에서 "조성된 대내외 정세 하에서 당과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사명과 책임을 걸머지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며 차기 전원회의 개최 일정을 공개했다.
노동신문은 전원회의 개최 배경으로 '올해 당과 국가의 주요 정책 집행 실태를 중간총화(점검)하고 경제사업·인민생활에서 절실한 현안들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추가적인 국가적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코로나19 여파뿐만 아니라 '조성된 대내외 정세'를 언급했다는 데 주목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밝히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가능하다. '마이웨이'로 갈지, 대내외 도전을 받아들여 대화·협상으로 나올지는 전원회의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동맹이 정상회담을 통해 다방면의 협력을 약속한 것은 물론, 역내 역할 확대까지 천명한 만큼, 북한이 대화에 응하기보단 중국과의 결속을 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정부가 바이든 대통령의 남북협력 지지 표명을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면서도 "진도가 나갈 거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제재 완화나 한미연합훈련 취소 등 '대북 유인책'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나올 공간은 제약돼있다고 본다"며 "지지부진한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말의 성찬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의 행동이 당분간 북중관계를 개선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 27일 베이징에서 리룡남 신임 주중 북한 대사를 만나 "중국은 조선의 경제발전을 굳건하게 지지하며 조선 측에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연초 8차 당대회를 통해 자력갱생·자급자족 노선을 확고히 한 점 역시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을 낮추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을 살펴보긴 하겠지만 큰 변수로 작동하진 않을 것 같다"며 "북한도 나름의 시간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꾸준히 요구해온 데다 8차 당대회를 통해 '힘겨운 정면돌파'까지 선언했다며 "미국의 적극적 양보를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재완화 등의 조치가 취해질 리 없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북한이 당분간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지난 2월 바이든 행정부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은 이후 △싱가포르 선언 존중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 표현 등의 미국 측 '반응'을 이끌어낸 만큼,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유리한 협상 구도를 만들어가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박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8차 당대회에서 언급한 전술핵무기를 개발하려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KN-23, KN-24을 쏴야 할 군사적 필요성이 있다"고도 했다.
북한이 미국을 직접 위협하지 않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미국의 '추가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