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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경영 선언 28주년...총수 부재로 위기감 팽배


입력 2021.06.07 09:56 수정 2021.06.07 10:32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이건희 회장 사후 첫 번째 기념일...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무거운 분위기

총수 부재로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 대응력 저하...8월 광복절 특사 가능성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의 주요 계열사 임원들에게 신경영을 주창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삼성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말로 잘 알려진 신경영 선언이 이뤄진지 28주년을 맞았지만 삼성은 총수 부재로 인한 위기감이 팽배하다. 신경영 선언을 한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사후 첫 번째 기념일이지만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직 옥중에 있는 상황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날 신경영 선언 관련 별다른 기념행사 없이 보낼 예정으로 무거운 분위기가 여전하다.


신경영 선언은 고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임원들을 불러모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말로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것을 말한다.


양적 성장에만 매몰돼 있던 임직원들의 인식을 질적 성장으로 전환시켜 향후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출발점 역할을 했다. 도시 이름을 따서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삼성은 지난 2014년 고 이 회장이 쓰러져 입원하기 전까지만 해도 매년 신경영 기념식을 열고 임직원 사기를 북돋웠다. 이 회장이 입원한 이후에는 사내 방송 등을 통해 기념했으나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등에 연루되며 각종 수사와 재판을 받기 시작한 2017년부터 이마저도 사라졌다.


올해는 지난해 10월 이 회장이 별세한 이후 맞는 첫 번째 신경영 선언일이지만 분위기는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수년간 와병해 온 이 회장이 세상을 떠난데다 총수인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구속돼 현재 옥중에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재판도 받으면서 사법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2016년 말부터 국정농단 관련 수사를 받아온 점을 감안하면 햇수로 6년째 수사와 재판에 시달리며 경영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8년 2월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돼 부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정신을 계승한 ‘뉴 삼성’ 비전을 제시하고 이듬해 4월 오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내건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는 등 제 2의 도약을 위한 경영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지만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되면서 이러한 노력들이 모두 물거품될 처지에 놓여 있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 무제가 불거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등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더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경쟁력 강화 목표를 제시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도 1위 타이완 TSMC와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17%로 TSMC(55%)에 38%포인트 차로 뒤졌는데 이는 지난해 4분기 36%포인트(삼성 18%·TSMC 54%)보다 더 커진 것이다.


이 부회장이 올 초 재수감된 이후 삼성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총수 부재로 인한 역부족이 드러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투자 규모와 시기가 매우 중요한 반도체의 경우, 정확한 판단으로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할수 있는 총수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다만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이뤄진 40조원대의 대미 투자와 함께 향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기업들의 투자 역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재계를 필두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사면 요구가 빗발치고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 공감, 경제 상황, 기업 역할 등 이 부회장의 사면 검토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기는 언급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청와대의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오는 8월 광복절 특사를 통한 사면이나 가석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시장·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삼성으로서는 총수 부재 우려가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작금의 상황에서는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사안에서 타이밍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총수의 경영 복귀가 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전경.ⓒ데일리안DB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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