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완벽한 타인' 8월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비밀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모든 이야기를 공유할 것 같은 친한 친구는 물론 매일 한 침대를 쓰는 부부나 연인, 심지어 부모와 자식도. 상대의 모든 것을 알지도, 또 나의 전부를 공유하지 않는다. 만약 공유하더라도 상대가 내 모든 걸 이해해줄지도 미지수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완벽한 타인’이다.
연극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출신 파올로 제노베제 감독의 동명의 영화(2016)를 원작으로 한다. 2018년엔 한국에서도 영화로 리메이크 돼 5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했다. 작품에선 휴대전화를 공유하면서 그동안 감춰왔던 비밀들이 하나, 둘 드러나고 그 안에서 인간의 내면과 욕망을 파헤친다. 서로에게 비밀이 없을 것 같은 오랜 친구들과 그들의 연인(혹은 부부) 7명이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다.
“우리 게임 한 번 해볼까?”
배우가 내뱉은 이 한 마디가 가져올 결과는 이미 많은 관객들이 알고 있다. 실제 내용도 국내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배경은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월식이 있는 날이다. 사춘기 딸을 키우고 있는 정신과 의사 에바와 성형외과 의사 로코 부부가 그의 친구들을 초대하면서 극이 시작된다.
마치 달의 어두운 면이 잠시 드러났다 원래대로 되돌아오는 월식처럼, 이들의 이야기도 각자가 숨겨왔던 크고 작은 비밀(불륜, 원치 않은 커밍아웃, 고부갈등 등)들이 속속 드러나는 가상의 설정이 내내 이어지다, 마지막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현실로 다시 돌아온다.
영화를 무대로 옮길 때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클로즈업 등 편집 기술을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연극 ‘완벽한 타인’은 영리하게 이 편집 기술을 무대로 옮겨왔다. 무대 벽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서다.
가정집이라는 설정 덕에 대형 TV처럼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진다. 이 스크린은 관객이 볼 수 없는 문자를 확대해 보여주거나, 배우들의 감정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표현하면서 관객과 교감을 나누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여기에 연극 무대라는 ‘라이브’의 매력은 극의 긴장감을 더욱 극대화 한다. 110분 동안 쉴 틈 없이 밀고 당기는 대화들로 7명의 배우들은 환상적인 앙상블을 이룬다. 라이브로 배우들의 말맛과 감정 연기를 따라갈 수 있다는 건 영화보다 훨씬 매력적인 부분이다. 이미 줄거리를 알고 있음에도 묘한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연·장희진(에바 역), 양경원·박은석(로코 역), 유지연·정연(까를로타), 김재범·박정복(렐레), 박소진·임세미(비앙카 역), 이시언·성두섭(코지모), 김설진·임철수(페페 역), 김채윤(소피아 역) 등 15명의 배우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8월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