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이틀 앞두고 후보자 간 '난타전' 격화돼
시선 분분…"흥행 고조 요소" vs "쇄신·변화 실패"
"관심 집중된 만큼 확전 자제하고 정정당당 승부해야"
'제1야당'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6·11전당대회가 인지도 높은 후보들의 치열한 경쟁 덕분에 역대급 흥행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투표가 시작된 만큼, 대회를 이틀 앞두고 후보들 간 막판 지지 호소 과정에서 설전도 격화되고 있다.
각 후보의 서로를 겨냥한 공세의 배경에는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있다. 나 후보는 9일에도 이준석 후보가 윤 전 총장과 정치적 결이 다른 특정 인물들과 가깝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이 후보의 당대표 당선이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나 후보는 이날 YTN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 후보가 윤 전 총장을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하고, 윤 전 총장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를 마치 사실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윤 전 총장이 이에 입당을 주저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최근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장모에게 제기된 비리 의혹에 대해 "(장모가)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이 없다"고 밝힌 데 대해 "만약 문제있는 것을 문제 없다고 옹호한 것이라면, 공사 구분에 대한 정치인의 자질이 문제될 수 있다"고 평가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또 나 후보는 이 후보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용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에게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적이 없다'는 발언을 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 생각을 할 것"이라 주장했다.
이에 이 후보는 나 후보를 향해 "보수 유튜버들이 제목을 뽑아내는 방식과 유사하다. 음모론을 가지고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이라 맞받아쳤다.
이 후보는 "누구나 통합하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내는 사람에게 '윤석열 배제론'을 씌우려는 것 자체가 아무리 선거라고 하지만 정말 황당한 부분”이라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이준석은 문재인 공격안하고 내부총질만 한다', '유승민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이런 게 다 보수 유튜브의 세계관이다. 제발 전당대회 과정이 끝나면 이성을 되찾으셨으면 하는 것"이라며 "계파논쟁과 말꼬리 잡기, 윤석열 구애, 삼각연대 음모른, '망상은 장애인 비하' 이게 모두 본인이 시작하신 진흙탕이다"고 질타했다.
유력 주자 후보들의 난타전을 지켜보는 당 안팎의 시선은 분분하다. 이들의 서로를 향한 설전이 전당대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더욱 고조시키는 흥행 요소라는 긍정적 평가와 쇄신과 변화에 대한 의지가 부각되어야 할 당대표 경선판이 과거처럼 막말 잔치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로 나뉜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어차피 선거라는 냉혹한 승부에서 서로 덕담만 오고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밑도 끝도 없는 막말은 당연히 지양해야 하는 바이지만 좀처럼 국민들의 관심을 얻기 어려운 당내 선거가 이처럼 흥행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후보들의 '언어 전쟁'도 있었다고 본다"고 평했다.
반면 한 초선 의원은 "선거가 막바지로 갈수록 어떻게든 보다 더 선정적인 언어로 표심을 자극해 승리를 꾀해보려는 구태 정치로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전당대회 이후 승부를 담담하게 승복하고 선출될 당대표를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 대선을 준비할 수 있겠는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각종 지표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7~8일까지 실시된 책임당원 선거인단 모바일 투표 결과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36.16%를 기록하며 2019년 2·27 전당대회의 투표율을 일찌감치 앞질렀으며, 당 안팎에서는 10일까지 실시되는 ARS 투표를 합치면 50%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후보들의 설전이 펼쳐졌던 TV토론회 시청률도 2~3%대를 유지하며 0%대 시청률에 그쳤던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TV토론회와 비교해 우위를 점했다.
한 국민의힘 선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경선 과정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만큼, 새롭게 선출될 지도부의 초반 행보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이어져 힘이 실리지 않겠는가"라며 "각 후보 모두 지나친 신경전과 확전을 자제하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