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인기 커지자 PP업계 콘텐츠 사용료 인상 추세
OTT업계도 파장...CJ ENM 송출 중단으로 '티빙' 가입자 확보 유리
오리지널 콘텐츠가 토종 OTT간 '가입자 뺏기' 경쟁력...콘텐츠 약한 OTT들 '고심'
CJ ENM이 LG유플러스와 콘텐츠 사용료 인상 협상이 결렬되자 U+모바일tv에서 실시간 채널 송출을 중단하는 등 본격적인 '콘텐츠 제값받기'에 나섰다. 미디어 산업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한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경쟁이 치열한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14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0시부터 U+모바일tv에서 제공하던 CJ ENM 10개 채널의 실시간 송출이 전면 중단됐다.
양사는 올해 1월부터 지속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CJ ENM은 U+모바일tv를 OTT로 규정하고 실시간 콘텐츠 대가를 분리해 받아야한다며 175%의 인상폭을 제시했으나, LGU+는 과도한 인상폭이라고 판단해 수용하지 않았고 결국 협상이 결렬되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양사의 갈등에 소비자 피해가 야기됐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방송통신위원회는 과기정통부와 협력해 사업자 간 협상 과정에서의 불공정행위 및 법령상 금지행위 해당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등 중재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블랙 아웃’ 사태가 CJ ENM이 자사 콘텐츠 가치가 높아지자 본격적으로 제값을 받겠다고 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K-콘텐츠 인기 등으로 미디어 산업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유한 콘텐츠 사업자들이 경쟁에 유리해지고 있는 것이다. CJ ENM을 시작으로 앞으로 대형 방송채널운영사업자(PP)들도 ‘콘텐츠 제값받기’ 흐름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은 토종 OTT 시장에서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CJ ENM은 PP이지만 ‘티빙’을 운영하는 OTT 사업자로, CJ ENM 실시간 콘텐츠는 KT 시즌과 U+모바일tv에서만 송출돼왔는데 협상 결렬로 송출이 중단되면 티빙에 가입자가 유입되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두고 타 OTT 견제에 나서기 위한 묘수라는 시각도 나온다.
티빙은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와 네이버 멤버십 제휴를 통해 가입자가 빠르게 성장하며 1위 웨이브를 바짝 추격하는 중이다 '모바일인덱스'가 발간한 '국내 OTT 앱 시장 분석'에 따르면 지난 2월 월간 사용자 수(MAU)는 '웨이브'(394만8950명), '티빙'(264만9509명), 'U+모바일tv'(212만6608명), '시즌'(168만3471명), '왓챠'(138만5303명) 순이었다.
이에 더해 CJ ENM은 최근 지난달 말 간담회를 통해 "오는 2023년까지 100여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80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는 등 본격적인 '티빙' 키우기에 나섰다.
이에 질세라 OTT 1위 웨이브도 2025년까지 오리지널 제작에 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같은 경쟁사 공격 투자에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KT ‘시즌’, U+모바일tv 등 두 통신사 OTT는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해진 상황이다.
다만 시즌의 경우 오는 7월 별도 독립법인으로 분사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고, KT가 콘텐츠 전문 법인 ' KT스튜디오지니'를 통해 대규모 오리지널 콘텐츠 계획을 밝히는 등 콘텐츠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이는 플랫폼인 동시에 'PP'의 입장도 같이 하고 있다는 의미로, 콘텐츠 가치를 높이려는 PP들과 협상에서 무조건 척을 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U+모바일tv는 콘텐츠 투자보다는 넷플릭스 등 외부 제휴에 집중해왔고,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이 약한 만큼 이번 CJ ENM 블랙아웃 사태를 비롯한 PP들의 '콘텐츠 제값받기' 행보는 타격이 될 전망이다.
실제 U+모바일tv는 지난달 말 KBSN플러스 실시간 콘텐츠도 송출을 중단한다고 공지한 바 있고, 앞으로 PP들과 협상도 풀어야할 숙제다. 다만 LG유플러스가 연내 진출이 예상되는 글로벌 OTT ‘디즈니플러스’의 유력 협상자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반등의 가능성도 높다.
박웅기 숭실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콘텐츠사와 플랫폼사과 동반 협력 관계였지만 콘텐츠사로 힘이 기울면서 CJ ENM이 무리하게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중재를 통해 결국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같은 협상 기울기는 지속될 것이며 소비자 피해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