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이게 상대로 그라운드 기술·전략적인 운영능력 뽐내
화끈한 타격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던 능력 한껏 과시
부족한 부분 보완한 정찬성, 챔피언 향해 재시동
정찬성(34) 앞에 다시 챔피언 로드가 활짝 열렸다.
정찬성은 지난 20일(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팩스에서 펼쳐진 ‘UFC on ESPN 25’ 메인이벤트 페더급 매치에서 ‘랭킹 8위’ 댄 이게(29·미국)를 경기 내내 압도한 뒤 5라운드 심판전원일치 판정승(49-46/49-46/48-47)을 따냈다.
지난 2011년 UFC 데뷔 이래 거둔 첫 판정승으로 통산전적은 17승 6패가 됐다.
지난해 10월 브라이언 오르테가(30·미국)전에서 판정패, 타이틀 도전권을 눈앞에 두고 물러났던 정찬성은 8개월 만에 더 강해진 모습으로 팬들 앞에서 승리한 뒤 포효했다.
강렬한 승리를 따낸 선수에게 주어지는 ‘파이트 오브 나이트’와 같은 보너스는 받지 못했지만, 그 이상의 값어치를 매길 수 있는 그라운드 기술 능력을 인정받았다.
1라운드 중반 테이크다운에도 성공한 정찬성은 상위 포지션에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라운드에 강한 이게가 흐름을 바꾸기 위해 기습적인 테이크다운 시도할 때, 정찬성은 오히려 창의적인 관절기 기술로 맞섰다. 이게로서는 할 것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버팅으로 인해 눈두덩이에 출혈이 발생했지만 정찬성은 그라운드 공격으로 시간을 벌며 여파를 최소화했다.
화끈한 타격에 가렸던 그라운드 기술을 한껏 뽐내며 이날 꽃을 피웠다. 그라운드 능력이 뛰어난 선수로 알려진 이게를 상대로 정찬성은 어깨가 빠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대를 압도했다.
경기 후 정찬성은 UFC와의 인터뷰에서 “승리보다 블랙벨트를 받은 것이 더 좋다. 내겐 너무 의미 있다. 내 레슬링 실력을 믿지 못했지만 코치진들을 믿었다. 드디어 내 게임 플랜에 사용했다”며 뿌듯해했다. 현지에서는 “정찬성이 부족했던 연료를 채웠다”고 호평했다.
불 같은 타격과 함께 탄탄한 그라운드 실력을 선보인 정찬성은 냉정함을 잃지 않고 전략적인 경기운영능력을 보여줬다. 흥미진진하지만 운영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남겼던 정찬성은 8개월 사이 크게 진화했다.
경기 후 정찬성은 타이틀 도전에 대한 질문에 "가능하다면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오르테가의 타이틀 매치(9월) 백업 파이터가 되고 싶다. 둘 중 하나라도 부상으로 빠지면 들어가고 싶다“며 타이틀 도전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7월 야이르 로드리게스전을 앞두고 부상으로 이탈한 맥스 할로웨이와의 대결도 희망했다. 정찬성은 “할로웨이와 붙고 싶다. 내 펀치가 더 세다”고 도발했다. 할로웨이는 볼카노프스키에 2연패하며 챔피언에서 내려왔지만 정상에서 화끈한 경기를 펼치며 장기집권했던 파이터다.
정찬성의 자신감 있는 입담은 여전했다. 옥타곤에서는 더 강해졌고 냉정해졌다. 타격에 가린 그라운드 기술까지 펼쳐 보이며 단순한 좀비가 아님을 입증했다. 보다 전략적인 경기운영능력으로 이전에 보기 어려웠던 안정감까지 더했다.
부족한 연료를 채우고 돌아온 정찬성 앞에 챔피언 로드가 활짝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