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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며 종주먹 들이대는 거대 민주당


입력 2021.06.28 09:01 수정 2021.06.28 13:23        데스크 null (desk@dailian.co.kr)

두 거물 등장에 비명 지르는 여당

정치적 독립성 포기 압박해 놓고

집권당의 본분에나 충실해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거울을 향해 침을 뱉고 악담을 퍼붓고 종주먹을 들이대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혐오가 아니라 일종의 착시다. 거울 속의 사람이 하는 행동이 너무 창피하고 증오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걸 자신의 상(像)으로 인지하기가 너무 고통스럽다. 도피의 수단은 다른 사람, 자신이 싫어하는 대상으로의 치환이다. 그러고 나면 죄의식이 경감된다. 그와 비례해서 상대에 대한 공격성은 커진다. 수치심을 상쇄 시켜야 하니까!


두 거물 등장에 비명 지르는 여당


문재인 정권 유력인사들에겐 공통된 성향이 있다. 일종의 집단적 동조화 현상으로 보이는 그 행태가 ‘내로남불’의 집단적 동조화 현상이다. 젊은이들이 집권 더불어민주당을 등지고 국민의힘 쪽으로 지지를 옮기는 경향을 보이는 까닭도 ‘내로남불’에 질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민주당 일각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올 정도다. 민주당적, 혹은 문재인 정권적 ‘내로남불’의 심리적 배경이 그런 게 아닐까? 혼자 추측해 본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퇴 선언을 한다고 예고됐다. 2018년 1월 2일 임명장을 받았으니 임기가 6개월하고도 며칠 남았다. 그런데도 사퇴를 하는 것은 정치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졌다. 공무원이 공직선거 후보로 나서려면 선거일 90일 전까지 그 직을 그만둬야 한다. 어차피 임기를 채울 수는 없게 됐다. 정권 측의 압박도 커지고 있는 만큼 더 자리를 지킬 명분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대선 출마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는 지금도 벌써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최 원장이 사임하는 다음 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대선 주자 지지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윤 전 총장이다. 출마는 진작 기정사실로 했지만 본인에 의한 출마 선언이라는 의식(儀式)이 갖는 의미는 크다. 6‧29선언 34주년, 제2연평해전 19주년에 독립투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는 것인데 그 뜻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야권으로서는 그야말로 빈집에 소 들어 온 격이 됐다. ‘후보 기근’ 때문에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던 야권에 막강한 후보가 둘씩이나 생겨났으니 활력이 넘쳐 날 만도 하다. 36세의 이준석 대표가 ‘청년정치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내년 대선에서 승리를 기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겠다(정당 내에서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이른바 잠룡들로서는 이런 분위기가 서운할지도 모르겠으나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이다. 분위기의 반전에 자신들은 별로 기여한 바가 없으니까).


그간 윤 전 총장의 기세에 눌리고 국민의힘 이 대표의 등장에 주눅이 들었던 민주당 측은 최 원장까지 합세하는 상황이 닥치자 비명을 지르고 있다(우리가 언제 비명을 질렀느냐고 반박할 생각은 않는 게 좋겠다. 일제히 윤·최 두 사람을 성토하고 있으니 이게 비명 아니면 뭐가 비명이겠는가).


정치적 독립성 포기 압박해놓고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한때 ‘20년 집권론’ ‘50년 집권론’을 운위하며 기염을 토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윤·최 두 경쟁 상대를 때리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렇게 치졸해질 수 있다니!


민주당은 27일 당 대변인 명의로 낸 서면 브리핑에서 최 원장을 맹비난했다.


“감사원장 자리는 대선 출마를 위해 스펙 쌓는 자리가 아니다. 감사원장직을 발판으로 대선에 나선다면, 국민이 세워놓은 ‘정치적 중립’의 공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만약 최 원장이 대통령 출마를 목적으로 감사원장직을 이용했다면 사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탄핵돼야 할 대상이다.”


서슬이 퍼렇다. 윤 전 총장에 대해서도 민주당 측은 같은 논리로 비난을 이어오고 있다.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에 대해 특별히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전제 조건이 있다.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될 때에만 중립성은 구현될 수 있다. 독립성을 보장할 책임은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진다. △그간 정권 측은 최 감사원장과 윤 전 검찰총장에 대해 정치적 독립성을 포기할 것과 정치적 편향성을 입증해 보일 것을 압박하는 듯한 행태를 보여 왔다. 지금에 와서 아니라고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들이 중립성·독립성을 고수하려 하자 그 자체를 ‘정치적 행동’이라며 사퇴 압박을 가했다. △그래도 버티자 기능을 정지시키기 위해 온갖 모욕적이고 위협적인 방법이 동원됐다(특히 윤 전 총장의 경우). △이들로서는 현직에서는 도저히 중립성·독립성을 지킬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 가치를 구현하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고, 그게 대통령 선거 출마라고 판단했음 직하다.


상황을 이 지경으로 몰고 온 책임은 청와대·정부·민주당에 있다. 그걸 모르지 않을 것이면서도 두 사람을 몰아세우는 민주당 사람들의 목소리가 요란스럽다. 이런 행태는 ‘올가미 정치’나 다름없다. 길목마다 올무를 설치해두고 몰아대면 걸려들게 마련이다. 그렇게 걸려들면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며 준엄하게 단죄한다.


“윤 전 총장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할 자격도, 공직자로서의 기초적인 자질도 갖추지 못한 오만한 인물이다. 진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싶다면 검찰의 지난 과오부터 반성하고 성찰하라.”(민주당 강병원 최고위원).


집권당의 본분에나 충실해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X 파일’ 논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 채 뒷짐 지고 구경만 해선 안 된다.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직접 사실관계를 명백하게 밝히라”(이용빈 민주당 대변인: 의혹은 제기한 쪽에서 입증해야 하는 것 아닌가).


“좋은 검사는 좋은 검사로 끝나야 한다. 좋은 검사가 정치를 잘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정세균 전 국무총리: 일생일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일까? 정 전 총리는 국회의원, 장관을 지내고 국회의장직을 누렸다. 그것으로도 성에 안 차서 총리직에 앉았다가 이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으면서 검사는 검사만 하라는 건…).


“두 사람(윤석열·최재형)은 국민들께 사과하고 대선 출마를 비롯한 정치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감사원이 감사위원회를 소집해 최 원장을 조사하고, 국회는 최 원장에 대한 특별감사를 의결해야 한다.”(최문순 강원도 지사: 정치는 최 지사의 전유물이어야 한다는 것일까).


“대법원장·감사원장·공수처장·검찰총장 등은 퇴직 후 재임 기간만큼 공직후보자 선거 출마를 하지 못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양승조 충남도지사: 이왕이면 민주당 후보 말고는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드는 게 어떨지. 압도적 다수의석을 가진 거대 집권당이 못 만들 법이 어디 있겠는가).


(목소리가 커지고 말투가 험해지는 것은 주로 두려움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럴수록 손해라는 걸 깨닫는 게 좋겠다. 괜히 유력 야권 주자들에 시비 걸지 말고 정작 집권당으로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을까?


대법원이 이해찬 전 대표 등의 5·18 공적 조서와 관련 서류들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차제에 국가보훈처와는 별도로 당사자들과 당에서도 신속하고 솔직하게 자세하게 유공자로 지정된 배경과 과정, 그간 받은 보상금 규모와 혜택을 밝히는 게 도리일 것이다.


김원웅 광복회 회장이 독립유공자 후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근거 자료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실이 제공했다는데 진위를 앞장서서 가려내는 것도 집권 민주당의 중요한 책무라고 여겨진다. 독립운동과 독립운동가들에 대해서는 특히 문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깊은 관심을 과시해 왔다. 당연히 정부와 민주당은 ‘광복회 회장’에 대한 근거 있는 의혹에 대해 답을 해줘야 한다. 윤 전 총장 ‘X파일’이라는 걸로 재미 볼 생각 따위나 하지는 말고.)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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