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욕 형수, 저격수 윤희숙에 이어 신체 검증 신청 김부선
진중권이 이재명에게 선물한 천군만마 발언은 가부장적
여권 유력 대선 후보인 경기도지사 이재명 앞에는 ‘세 여자’ 장애물이 있다.
하나는 그가 쌍욕을 했다는 형수요 다른 하나는 그의 경제와 복지 정책 아이디어마다 시비를 거는, ‘이재명 포퓰리즘 저격수’ 윤희숙이다. 그리고 마지막 여자는 세상이 다 아는, 그와 한때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하는 여배우 김부선이다.
형수 문제는 이재명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통적인 정서상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최근 사과를 해서 일단락 됐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논란이 되거나 비난 받지는 않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그에게 씌워진 ‘패륜’ 이미지가 싹 가신 건 아니다. 유권자들의 판단에 여전히 작용할 그의 인격 사항이다.
윤희숙은 이제 여권 제 1주자를 견제하는 경제통 야당 의원이 아니라 ‘경제 대통령’ 후보로 신분이 바뀌었다. 그래서 더 이재명의 ‘탈레반’식 날탕 포퓰리즘을 신랄하게 공격하고 있다.
그녀는 ‘주택매입공사를 설치해서 정부가 집값 내려가면 사들이고 오르면 임대로 푼다’는 이재명의 정책 제안에 대해 이렇게 쏘아붙였다.
“무슨 정부미도 아니고 아파트를 쟁여 놓아서 놀리다가 가격이 오르면 시장에 풀겠다는 건 정말 허무맹랑한 얘기다. 허무맹랑함에다가 (탈레반 식의) 원리주의 두 개가 합쳐지니까 감당을 못할 얘기들이 막 나오고 있다.”
윤희숙 같은 선수가 없었다면, 이재명은 이런 믿거나 말거나 아이디어들을 더 많이 쏟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있기에 ‘허무맹랑’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윤희숙이라는 여자가 그의 재기발랄 행보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 벽이 되고 있는 세 여자 중에 단연 최강적은 김부선인데, 논객 진중권이 엊그제 천군만마 발언을 선물해줬다. 한 종편 채널에서 그는 이렇게 이재명 편을 들었다.
“다시 꺼내는 게 의미가 없고, 공론장을 이런 식으로 혼탁하게 만들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리된 문제는 넘어갔으면 좋겠다. 물론 심증은 간다. 저 여배우가 괜히 그러겠나 싶긴 하는데, 증거가 없고 여배우도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생활 문제고 오래된 과거의 일인데, 이런 것까지 들춰내야 하느냐. 여러 번 검찰, 경찰 조사를 했지만 나온 게 없다. 새로운 근거 없이 꺼낸다는 게 우습다.”
이 말에서, 이준석과 페미니즘 논쟁 등으로 꼰대 이미지를 얻은 진중권의 한계가 보인다. 사생활이라니, 이런 것까지 들춰내야 하느냐니, 남녀 간의 비밀 관계에 증거는 전멸된다. 남기면 발각되니까. 피차 철저히 증거를 인멸(煙滅)해 가는 게 혼외정사다. 김부선은 그래서 자기 눈으로 본 그 점만 얘기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재명은 아주대 병원 진단(김부선은 ‘셀프 검증’이라고 주장)으로 그 점이 없다고 증명했다.
진중권은 어쩔 수 없이 가부장적 사고에 익숙한 한국의 50대 남자로서 이재명에게 동정적인 그런 말을 한 것인가, 한때 골수 진보좌파였던 지식인으로서 정말 그렇게 보고 판단하고 있는 것인가?
그의 이런 사고, 의식에 진중권보다 더 젊은 유권자들이 얼마나 동의하고 반대 의견을 갖느냐에 내년 대선의 향방이 일정 부분 갈라질 것이라고 본다. 예나 지금이나 정책 공약이 대통령을 결정하진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후보의 인물, 도덕성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여권 1위 후보 이재명과 불륜 관계였다고 주장하는 김부선과 야권 선두 주자 윤석열이 늦장가 든 부인 김건희의 스토리가 간단치 않은 문제다.
김건희 관련 ‘쥴리’ 루머는 물론 윤석열이 결혼하기 전 일이다. 그럼에도 윤석열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고 싶어 하는 것이,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의 심리다. 사람 보는 눈을 따지는 것이다. 김건희는 그래서 스스로 부인하는 방식을 택했고, 윤석열은 그것이 잘못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아내를 지지했다.
반면 홍준표나 윤호중이나 진중권 등 여야 정치인과 논객들은 그것이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었다고 훈수 두었다. 무시하고 넘어가는 게 고수(高手)라는 듯 한 지적이었는데, 그 방식은 흘러간 시대의 유물이다. 요즘 유권자들은 당사자의 직접 해명을 듣고 싶어 한다.
또 하나 사생활도 도덕성과 관련해 필수적이고 치명적인 검증 사항이 되어야 한다는 게 시대적 요구다. 미국에서는 후보가 스캔들로 낙마하는데, 한국에서는 끄떡없다는 건, 달라진 한국의 위상으로 보면, 국격(國格)의 문제이기도 하다.
김부선은 엊그제 열린, 이재명에게 허언증 환자로 몰렸다며 3년 전 제기한 3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차 변론기일에서 변호사를 통해 이재명의 신체 특정 부위 점 확인을 위한 신체 감정을 법원에 신청, 이재명은 진짜로 ‘바지를 한 번 더 내려야’ 할 뻔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치에 맞는 말을 잘하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홍준표가 일갈한 대로 이재명은 나훈아 식 ‘바지 응수’로 스캔들을 빠져나갈 수도 없고, 그렇게 하려고 안이한 태도를 보여서도 안 된다. 한 나라를 이끌어 가려고 하는 사람이 남의 눈을 피해 유명 여성 배우와 바람을 피웠다는 말들이 나오고, 그 처리도 모양 사납게 함으로써 두고두고 말썽이 되고 당사자에게 한을 품게 해서야 되겠는가?
내년 3월까지 장장 8개월 간 이어질 대선 마라톤에서 후보들은 정책 아이디어들로 경쟁은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뛰는 것들은 정책만이 아니며 오히려 실질적인 주자는 따로 있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생활 주자들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