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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 셧다운제] 위헌 논란 재점화…‘제2의 페이커’ 국가가 막는다


입력 2021.07.13 12:07 수정 2021.07.13 12:07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16세 미만 청소년 기본권·부모 자녀 교육권 모두 침해

장래희망 ‘프로게이머’인 청소년 인격 발현권 가로막아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위에서 두 번째)이 13일 온라인으로 주최한 ‘게임 셧다운제 폐지 및 부모 자율권 보장’ 정책 세미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허 의원 유튜브 캡처

심야시간대에 청소년들의 인터넷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폐지 논의가 재개되면서 해당 제도의 ‘위헌’ 여부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이병찬 법무법인 온새미로 변호사는 13일 온라인으로 열린 ‘게임 셧다운제 폐지 및 부모 자율권 보장’ 정책 세미나에서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기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부모의 학습권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에서 명문으로 ‘게임할 권리’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도 취미로 게임을 즐길 권리도 행복추구권에 포함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속하는 기본권에 해당한다”며 “셧다운제로 인해 16세 미만 청소년들은 게임할 권리를 제한받고 있다”고 말했다.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인격 발현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든 청소년은 자신의 소질과 능력에 따라 인격을 자유롭게 발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게임에 소질과 능력이 있는 16세 미만 청소년들에게도 게임을 통해 인격을 자유롭게 발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게임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e스포츠 선수가 유망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한국 선수들은 각종 세계 대회에서 최고 성적을 유지하면서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프로게이머가 되고자 하는 청소년도 매해 증가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대표적인 e스포츠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가 선수 연령을 만 17세로 제한하고 있지만,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연습하고 있는 16세 미만의 청소년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 게임이란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닌 자아실현의 수단이 된다. 이 교수는 “이들의 게임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에 대한 제한이 된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법으로 ‘제2의 페이커’ 탄생을 막고 있는 셈이다.


이병찬 법무법인 온새미로 변호사가 13일 온라인으로 열린 ‘게임 셧다운제 폐지 및 부모 자율권 보장’ 정책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캡처
셧다운제로 국제 대회 패배…“승리 불가능해질 것”

그는 “한국의 16세 미만 청소년들만 훈련시간에 제한을 받는다면 이들이 프로게이머가 된 이후 다른 나라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사례도 있다. 만 15세의 중학생 프로게이머였던 이승현 선수는 지난 2012년 10월 프랑스에서 열린 프로게임대회 ‘아이언스퀴드2’에 참가했다가 셧다운제 시간이 다가오자 강제종료 전 게임을 끝내기 위해 무리한 공격을 감행하다 패배했다.


셧다운제가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변호사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자녀의 게임 이용에 대한 교육권을 가지는데,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인터넷게임을 일률적으로 금지함으로써 부모의 교육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셧다운제 시행 이후 여러 차례 위헌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14년 셧다운제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인터넷게임 이용이 증가하면서 중독되거나 과몰입 증상을 보인 청소년이 자살하거나 모친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중독 내지 과몰입 현상의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문제화되기 시작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하버드 의과대학의 로랜스 커트너 박사와 셰릴 올슨 박사가 미국 법무부 요청으로 2004년부터 2년 간 아동 1200명과 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게임의 폭력적인 묘사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달랐다.


이 조사는 “비디오 게임의 폭력성이 아동들에게 크게 영향을 주지 않으며 아이들도 비디오 게임이 현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13일 온라인으로 열린 ‘게임 셧다운제 폐지 및 부모 자율권 보장’ 정책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캡처
이준석 대표, 대선 공약 언급…폐지 논의 가속화 전망

이 변호사는 “만약 게임이 현실 폭력의 중요한 원인이라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범죄율이 높은 집단은 프로게이머 집단이어야 한다”며 “각종 패륜적 범죄의 이면에는 과도한 경쟁시스템, 가정의 불화, 경제적 궁핍, 또래 사이의 갈등 등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내포돼 있고 원인이 인터넷게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입시 위주의 교육이 근본적인 차원에서 개혁되지 않는다면 설사 셧다운제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게임 과몰입 문제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다”며 “해외 게임으로의 규제 회피와 주민등록번호 도용과 같은 부작용만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안의 정당성에도 의문을 표했다. 셧다운제에서는 인터넷게임 중독을 ‘인터넷게임의 지나친 이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지나친 이용이란’ 합리적으로 해석했을 때, ‘장시간의 이용’을 말하는 것이지 ‘심야시간대 이용’을 말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인터넷게임 중독이란 게임을 얼마나 오래 하느냐의 문제이지, 게임을 언제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세미나는 셧다운제 폐지법을 발의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이날 세미나에 참석해 당 차원에서 셧다운제 폐지법 통과에 힘을 실었다.


그는 “셧다운제는 청소년 수면권 보장 측면에서 학부모들에게 어필했지만, 해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은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률적인 게임 셧다운제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산업적 측면에서 죄악시한다는 지적이 있어 당 차원에서 대선을 앞두고 공약에 반영해 합리적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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