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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박진 "바이든이 '언제 대통령 출마하느냐'고 물어"


입력 2021.07.14 01:20 수정 2021.07.20 15:54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바이든 외교위원장 시절 교분

"대권 얘기 나누며 박장대소"

하버드·옥스퍼드 석박사 출신

"선진국 정상들과 머리 맞대겠다"

국민의힘 박진 의원이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정치 선진화, 일자리주도성장, 국가 보육 시스템 구축, 한미동맹 정상화, 문재인정부 탈원전 정책 폐기, 백신기술 도입 등을 약속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4선 중진 박진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거쳐 외무고시에 합격한 박 의원은 정치권의 귀한 '외교통'으로 꼽힌다.


국비유학생으로 선정돼 미국 하버드와 영국 옥스퍼드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박진 의원은 김영삼정부 시절 청와대에 발탁돼 비서관으로 봉직했으며, 정상회담에 통역을 위해 배석한 것도 수 차례였다. 박 의원은 당시 정상 간의 대화에서 미묘한 정치적 뉘앙스까지 잡아낸 통역으로 호평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박진 의원을 세계 정상들 사이에서 '혼밥 굴욕'을 당하거나 말이 통하지 않아 혼자 멀뚱히 있을 일이 없는 대권주자로 보고 있다. 박 의원 본인도 이날 대권 도전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G7 정상회의에서도 보듯이 세계 선진국 지도자들은 세계 경제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직접 상의를 한다"며 "세계 선진국 정상들과 머리를 맞대고 생존 전략을 찾을 대통령, 내가 해내겠다"고 자신했다.


현 정권 4년 동안 대외 관계가 파탄났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하는 외교관계의 복원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진 의원은 3선 의원 시절 국회 외통위원장으로서 방미해,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과 교분을 쌓았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이 당시 자신에게 대권 도전은 언제 하느냐, 너무 늦기 전에 하라고 조언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박진 의원은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당밖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순차적으로 통화를 가졌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서울법대 다섯 학번 선배이며, 최 전 원장과는 경기고·서울법대 동문 선배다. 박 의원은 이들에게 "만약 국민의힘으로 들어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빨리 들어오는 게 좋다"며 "공정하고 깨끗한 경선을 치르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이날 박진 의원과 출입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전문이다.


지난 2008년 7월 31일 대한민국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자격으로 조 바이든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 집무실에서 회동을 가진 국민의힘 박진 의원 ⓒ박진 의원실 제공

- 새 대통령은 훼손된 한미동맹을 복원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후보가 국회 외통위원장이던 시절에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조 바이든이었다.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바이든과의 이러한 인연이 나라를 위해 소중하게 쓰이리라 보는가.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시절에 내가 3선 의원이자 외통위원장으로서 워싱턴에서 만났다. 당시 바이든 위원장은 아주 소탈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고 한미관계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 인상적이었다.


그 때 바이든 위원장이 내게 '박진 의원은 언제 대통령에 출마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 당시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미국 상원의 외교위원장이 내게 그런 질문을 해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 '언젠가 미래에 출마하겠다'고 답을 했다.


바이든 위원장은 '대통령을 하려면 나중에 하는 것보다 빨리 하는 게 좋다. 만약 늦게 하면 당신보다 젊은 사람이 와서 먼저 나갈 것'이라고 조언하더라. '젊은 사람'이란 당시 오바마 대통령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같이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난다.


버락 오마바를 보좌하는 부통령으로 8년의 시간을 보낸 바이든 위원장은 트럼프 시대를 거쳐서 이번에 대통령이 됐다. 나는 그 이후로 13년의 시간이 흘러서 대통령에 출마를 하게 된 것이다. 그 장면이 지금 생생히 떠오른다.


앞으로 한미관계를 그야말로 신뢰와 존중의 관계로 정상화해야겠다. 문재인정부 4년 동안 북한과 중국에 치우친 정책을 보였고,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우선주의를 이야기했다. 한미동맹이 불편하고 껄끄럽고 신뢰가 손상됐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으니 한미동맹 관계를 다시 정상 궤도로 올려놓는 일이 필요하겠다. 아까 말씀드린 내용 중에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한미기술동맹을 만들어서 5만 불 시대를 앞당겨 열겠다고 했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


- 범야권에 많은 후보들이 잇달아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있다. 지지율을 상승시킬 복안이 있는가.


"좋은 분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건전한 활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패배의 늪에 빠져 있다가 보궐선거에서 서울과 부산을 석권하고 정권교체의 희망을 가지게 됐다. 우리 당에서 많은 분들이 대선후보로 나와서 공정하고 깨끗한 경쟁을 거쳐서 후보 하나로 단일화해 똘똘 뭉쳐서 폭발적 추진력으로 정권교체에 임해야겠다.


지금 나온 분들 다 훌륭하다. 나 자신이 그러한 공정한 경선, 필승의 후보 단일화를 위해 앞장서겠다. 나는 뒤늦게 출발했으니 내 지지도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


- 출마 선언이 대외 정책 위주다. 청년일자리 문제 등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국내 경제 문제가 국민들에게는 가장 피부에 와닿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내 연설문의 많은 부분을 경제에 할애했다. 뭔가 바뀔 것이라고 문재인정부에 기대를 걸었던 분들이 등을 돌린 것은 포퓰리즘 때문이다. 약속할 수 없는 잘못된 정책으로 기대감을 높여놓고, 힘없는 서민과 젊은 청년들에게 실망과 절망감을 줬다.


잘못된 정책이 바뀌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 경제는 정상으로 못 돌아간다. 정권교체만이 답이다.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 일자리주도성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 국내에서만 해결책을 찾을 게 아니라 패러다임을 바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해답이 나온다. 대통령이 직접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G7에서도 봤지만 세계 선진 국가의 지도자들이 직접 나와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하고, 한 나라의 경제와 세계 경제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전세계 국민들에게 여실히 보여주지 않았느냐. 거기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의제를 주도하고 세계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글로벌 세일즈를 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세계 선진국 정상들과 머리를 맞대고 생존 전략을 찾을 대통령, 내가 해내겠다."


- 범야권 유력 대권주자들이 당밖에 있다. 아까 공정한 경선을 이야기했는데 당내로 들어와서 원샷 경선을 해야 하나. 아니면 일단 당 후보를 선출한 뒤에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보는가.


"나는 우리 당밖에 있는 분들이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는 확실히는 잘 모르겠다. 만약 국민의힘으로 들어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빨리 들어오는 게 좋다. 우리 당내에서 아름다운 경선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게 당원과 국민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내가 어제 출마의 말씀을 언론에 드리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는 전화 통화를 했다. 앞으로 우리 국민의힘에 만약에 들어오게 되면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후보단일화로 정권교체에 힘을 모으자고 이야기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어제 삼우제를 했기 때문에 오늘 중에 내가 연락을 해서 나의 출마를 하게 된 동기와 내 생각을 전하고 역시 마찬가지로 우리 당에 들어오게 되면 공정하고 깨끗한 경선을 치르도록 하자고 이야기하겠다."


- 당밖의 주자들이 입당해서 공정한 경선을 치르자고 한다면, 경선에서 당원과 국민의 비율 문제가 제기될 것 같다.


"내가 알기로는 국민 50% 당원 50%로 알고 있는데, 경준위에서도 이 문제를 면밀하게 검토할 것으로 본다. 국민과 당원의 의견이 수렴돼서 지도자를 뽑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본다. 비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시대 상황에 따라 의견 수렴을 해서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 백신 문제에 있어서는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인가.


"백신은 알다시피 국민적 위기를 극복하는 첩경이다. 백신을 빨리 확보하려면 미국과 이스라엘 같은 나라에게 먼저 빌려쓰고 한국이 확보해서 되갚는 백신스와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정부가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런데 이스라엘과 백신스와프가 이뤄졌다. 우리가 화이자 같은 백신을 빌려쓰고 나중에 갚는 게 바로 백신스와프다.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스라엘 산업경제부 장관이 국회를 방문했을 때 내가 면담한 자리에서 백신스와프를 제안하고 요청했다. 한국·이스라엘 간의 백신 협력이 양국 관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이뤄져서 너무 기쁘게 생각한다.


나와 최형두 의원이 미국에 갔을 때에도 수많은 분들을 만나서 미국의 안전하고 검증된 백신 여유분을 빨리 가져온 뒤, 자력으로 확보하거나 만든 백신으로 되갚겠다고 이야기했다. 언론에도 보고서가 공개되겠지만 그런 노력의 결과로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우리 대통령은 '깜짝 선물'이라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초당적 의회외교로 노력한 결과가 반영된 것이다.


앞으로도 미국과 백신스와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백신은 유효기간이 있다. 우리나라는 공항에 백신이 도착하면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배송할 수 있는 나라다. 어떤 나라는 백신을 줘도 배송·접종을 할 수 없는 나라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백신스와프를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금이라도 문재인정부는 신속한 백신스와프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 후보는 이른바 KS(경기고·서울대) 라인이다. 외무고시에 합격한 4선 의원으로 그동안 굉장히 엘리트의 길을 걸었다. 그래서 대권주자로서 꼭 필요한 굴곡진 스토리가 없는 게 약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사람들이 내게 그러더라. 그런데 나를 아는 분들이 다들 알고보니 부드럽고 소탈하다고들도 하신다.


나는 대한민국이 제공하는 모든 혜택을 다 받았다. 교육을 통해서도, 일자리를 통해서도 받았다. 국비장학생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석박사를 했다. 늘 내가 그 생각을 한다. 나라에서 받은 혜택을 어떻게 조국에 갚을 것인가 그 생각만 했다.


김영삼정부에 발탁돼서 국정 중심에서 일을 했고,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혜택받은 이상으로 보답을 국가에 하고자 이렇게 의정활동을 했고 백신외교를 했고 대선에 출마하게 된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국격에 맞는 정치와 외교를 펼쳐서 대한민국이 자유선진국가로 가는데 다리 역할을 한다면 개인적으로도 영광이고 국비장학생으로서 내 역할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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