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상당한 성과' 평가…회담 재추진 의지
문대통령도 "실무 협상 해 나가라" 주문해
日 과거사 태도 고수…양국 모두 선거 앞둬
'대화로 미래지향적 해결' 구상 어렵단 관측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訪日)이 무산되면서, 한일관계는 임기 말까지 악화일로를 걸을 전망이다. 일본 내에서도 "한일관계의 경색 국면이 더욱 선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번 양국 간 협상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보고,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방일 취소 결정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며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실무협상을 지속적으로 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실무적 협상은 '계속해 나가자'라는 표현이 아니라 '해 나가라'라는 강력하게 의지가 담긴 말씀을 하셨다"며 "상당한 성과가 진척된 상황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다시 출발해 외무장관 회담 등을 이어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국은 8월 중 외무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 본인은 가능하면 방일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었는가'라는 질문에 "당연하다. 문 대통령 뿐 아니라 정부도 보편 타당한 가치에 입각해 한일 관계를 풀어가야 하고, 그런 의지를 갖고 있었다"며 "그런 측면에서 대통령은 강한 의지를 가졌고 그렇게 노력해왔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과거에 발목잡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등 관계 회복 의지를 수차례 드러낸 바 있다.
문 대통령이 '굴종 외교'라는 비판 속에서도 임기 내 한일 관계에 훈풍을 불어넣음으로써 차기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현 정권이 '반일'로 일관하다가 양국 관계를 망쳤다는 비판에서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앞으로 약 10개월이다. 다만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감안한다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시간은 8개월 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일본 역시 오는 9월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있다. 국내 정치에 대한 강한 원심력 작용으로 양국 간 접점 마련이 더욱 쉽지 않아질 거라는 전망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위안부·강제징용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을 한국이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화를 통한 미래지향적 해결 구상은 다소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수출규제 조치와 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분쟁 가능성,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등 한일 관계를 더 악화할 요소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청와대는 일본 정부의 정상회담 재추진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수석은 같은 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말씀을 보면 그렇게 판단하고 있고, 저희가 실무 협의를 하는 과정 중에서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고 제가 계속 강조하고 있다"며 "그런 것을 보면 일본도 의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스가 총리가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 (대화를) 더 해보자는 의지의 표현으로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스가 총리는 문 대통령의 방일 무산과 관련해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한국 측과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 방일 무산의 결정적 계기가 된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외교관으로서 극히 부적절한 발언이며 유감"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처럼 올해 개최되는 다자 국제회의 등을 계기로 한일 정상의 만남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오는 9월에는 유엔총회, 10월에는 G20 정상회의, 11월에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이 예정돼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날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이번 정부 임기 말까지 계속 일본과 대화 노력을 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