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수' 잡은 여권 "쌍팔년도냐, 아우슈비츠냐" 공세
尹 "노동유연성 얘기지, 120시간 일하라는 뜻인가"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주 120시간 근무' 발언을 두고 "쌍팔년도 퇴행적인 인식", "아우슈비츠 수용소냐"라며 맹공을 가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과 소속 의원들은 물론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 여권 인사들까지 윤 전 총장 발언을 조롱거리로 만드는데 뛰어들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재벌들 보디가드로 전업하겠다는 공개 선언"이라고 했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측 장경태 의원은 "주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태일 열사 시대에도 없던 노동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5일 내내 잠도 없이 꼬박 일해야 120시간, 7일 내내 아침 7시부터 일만 하다가 밤 12시에 퇴근할 경우 119시간으로 1시간 부족하다"라며 "윤석열씨는 말을 하기 전에 현실을 제대로 보고 생각을 다듬어라"고 말했다.
강병원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서 "노동을 바라보는 윤 후보의 퇴행적인 인식에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며 "타임머신을 타고 쌍팔년도에서 오셨나"라고 했다.
김영배 최고위원도 "영국 산업혁명 시기 노동시간이 주 90시간,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주 98시간 노동"이라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 120시간 노동을 말하는 분이 대통령 하겠다고 나서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전태일 열사의 시대에도 120시간 노동을 정치인이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며 "참으로 암담하다"고 비판했다.
조국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120시간 나누기 5(주5일 근무제)는 하루 24시간 노동"이라며 "대량 과로사의 지평선을 여는 제안이다"라고 썼다.
아울러 여권 성향 온라인 게시판과 커뮤니티 등에선 패러디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미 윤 전 총장 발언의 본질은 사라진 상황이었다. 정치권에선 대선 초입부터 여권이 대대적인 화력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尹 "주52시간제 예외 두자는 것…왜곡 말라"
이와 관련 윤 전 총장은 이날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으로 반대쪽에 있는 분들이 마치 제가 '120시간씩 일하라고 했다'는 식으로 왜곡하는 모양"이라면서 "근로자에게 주 120시간 동안 일을 시켜야 한다는 뜻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어 "근로자 스스로 유리한 근로조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갖도록 해주자는 것"이라며 "주52시간을 월이나 분기, 6개월 단위로 (조정)해서 일을 하더라도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거나 노사 간의 합의에 의해서 변형할 수 있는 예외를 두면 좋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발언은 이날 보도된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주52시간제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52시간제도 시행에 예외조항을 둬서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토로하더라"며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고충을 대변해 '주 52시간' 제도의 맹점을 지적한 것인데, '주120시간'이라는 표현을 놓고 말꼬리를 잡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윤 전 총장은 "주 120시간 일을 시켜야한다는 식의 왜곡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윤 전 총장이 언급한 '주 120시간'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24시간 근무해야 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다. 노동 유연성 확보를 강조하기 위해 '100세 시대'처럼 상징적인 수치를 언급한 것이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