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예능 전성시대
다양한 종목 조명하며 새로운 재미
풋살부터 골프, 배드민턴까지. ‘스포츠’가 안방극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익숙하게 봐왔던 농구, 축구가 아닌, 새로운 스포츠들을 선보이며 인기를 견인 중이다.
지난달 정규 편성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은 여성 연예인들의 풋살 경기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개그우먼들이 주축이 된 FC 벤져스, 모델 팀 FC구척장신, ‘불타는 청춘’ 여성 멤버들이 모인 FC불나방, 국가대표 출신 여성 선수와 국가대표 가족들의 팀인 FC국대패밀리 등 총 6팀이 각본 없는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여성 축구라는 비인기 종목을, 그것도 여성 연예인들이 직접 뛴다는 것에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었으나, 현재 그 편견을 뒤집고 승승장구 중이다. 토너먼트 진출을 건 치열한 승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재 시청률 7%를 돌파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골프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골프 예능프로그램들도 다수 생겨나고 있다. JTBC ‘세리머니클럽’과 TV조선 ‘골프왕’, MBN ‘그랜파’, SBS ‘편먹고 072(공치리)’까지, 저마다의 콘셉트를 내세운 골프 예능이 예능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예전보다는 많이 대중화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하며, 정적인 탓에 예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방송가에 무난히 안착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배드민턴이라는 비인기 종목 스포츠를 소재로 삼은 SBS 드라마 ‘라켓소년단’도 5%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의외의 흥행세를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 드라마는 흥행이 어렵다’는 우려를 이겨내고 시청률과 호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다.
앞서 ‘도시어부’ 시리즈가 낚시라는 비인기 종목을 예능에 안착시키며 장수 프로그램으로 거듭난 바 있다. 현재 채널A에서는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3’가 방송되고 있다.
축구, 야구 등 스포츠 예능의 단골 소재였던 인기 스포츠가 아닌,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비인기 스포츠를 선보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골 때리는 그녀들’의 김병지는 “대한민국에서 축구가 남녀노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잘 즐기는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은 실제로 많은 참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골 때리는 그녀들’을 통해서 마련하고 싶어 참여했다”고 프로그램의 의미를 강조했었다.
‘세리머니클럽’의 성희성 CP 또한 “사실 축구나 농구, 야구 소재로 프로그램을 기획한 적은 많지만 골프는 없었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즐겨왔지만 시기적으로 대중화가 되기 전까지 일부만의 스포츠란 견해도 많았다”며 “지금 타이밍이 좋은 거 같다. 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매력과 웃음을 전할 수 있는 좋은 소재라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었다.
단순히 새로운 스포츠를 선보이는 것을 넘어, 출연진들은 경기를 향한 열정과 애정을 강조하며 프로그램을 더욱 빛내고 있다.
전문 축구인처럼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고, 부상 투혼도 마다하지 않는 ‘골 때리는 그녀들’을 비롯해 ‘라켓소년단’에서는 배우들이 직접 배드민턴 경기를 소화하며 박진감을 느끼게 한다. 골프 예능들에서는 이경규, 백일섭, 이순재 등 준 프로급 기량을 가진 연예인이 대거 등장, 수준 높은 경기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시즌3까지 방송 중인 ‘도시어부’ 시리즈가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은 이유는 낚시에 진심인 이경규, 이덕화가 프로그램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으며 소재의 재미를 살렸기 때문이다. 출연진들의 진심이 또 어떤 반전을 써 내려갈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