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작 '우수무당가두심'
남다름은 2009년 일곱 살에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아역으로 데뷔한 후, 국내 대표 아역 배우로 손꼽혀왔다. 일곱 살이 된 해부터 스무 살이 된 지금까지 '파트너', '히어로', '동이', '못난이 주의보', '수상한 가정부', '빅맨', '피노키오', '육룡이 나르샤', '기억', '당신이 잠든 사이', '그냥 사랑하는 사이', '이리와 안아줘', '아름다운 세상', '스타트업' 등 학업을 병행하며 꾸준히 활동했다.
'제8일의 밤'은 그가 성인이 된 후 첫 내놓는 주연작 영화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제8일의 밤'(감독 김태형)은 봉인에서 풀려난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지키는 자'가 8일간의 사투를 벌이는 오컬트 스릴러 장르 영화다.
남다름은 묵언수행 중 '깨어나서는 안될 것'들이 눈을 떴다는 사실을 진수(이성민 분)에게 알리는 청석 역을 맡았다. 영화는 오컬트 장르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휴머니즘에 가깝다. 악연으로 시작된 진수와 청석의 관계가 사건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다. 오컬트 장르가 처음이었던 남다름은 시나리오와 촬영으로 구현된 그림이 영상으로는 어떻게 구현됐을까 궁금했다.
"연기를 하면서 CG가 영화의 색깔에 맞게 잘 표현됐을까를 염두에 두면서 찍었어요. 그 부분을 유심히 봤는데 만족스럽더라고요. 또 청석과 진수의 관계가 대본의 느낌과 비슷하게 표현된 것 같아 보는 내내 재미있었습니다."
남다름이 '제8일의 밤'에 선택한 이유는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을 것 같단 확신과 이성민의 출연이었다. 이성민 tvN '기억'에서 부자 관계로 한 번 호흡을 맞췄던 터라 한 번 더 만나 연기에 대해 배우고 싶었다.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게 제일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또 한 가지 이유는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가 이성민 선생님이었다는 점입니다. 현장에서 많이 의지가 됐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선생님이셔서 그 부분도 저에게 작품을 선택할 때 큰 영향을 미쳤어요."
극중 진수와 청석의 관계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진수는 청석의 모친의 실수로 인해 자신의 가족을 잃고 그를 증오하지만, 곧 연민과 애정, 죄책감으로 얽혀있는 감정들을 차례로 드러낸다. 남다름은 작품과 역할이 달라지니 호흡이 달라져 새로운 기분으로 연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기억'에선 아버지와 아들 관계고 이번 작품은 이전보다 복잡한 관계라 깊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어요. 그 점이 좋았어요. 함께 관계를 깊게 파고들면서 배울 점이 참 많았거든요. 그리고 저를 보고 굉장히 반가워해주셔서 감사하고 기억에 남아요. 이성민 선배님께서 현장에서 편하게 연기하라고 자주 이야기해주셨어요. 마음과 자세가 편해야 연기가 수월하게 나온다고 하시더라고요."
남다름이 해석하는 진수와 청석은 어떤 관계일까. 남다름은 조금 더 간단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진수는 청석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잖아요. 그러면서 점점 미워하지만은 않는, 복잡 미묘한 관계가 형성되고요. 저는 진수를 따라다니며 의지를 하고요. 청석이 진수에게 갖는 감정보다, 진수가 청석을 향한 감정이 더 복잡하죠. 저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런 기분들이 아버지와 아들의 애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청석을 연기하며 가장 큰 고민은 연기 톤이었다. 영화는 번뇌와 깨달음을 향해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가지만 청석은 세상에 때묻지 않은 해맑은 캐릭터로, 남다름은 자신의 연기가 영화와 다른 색채처럼 보이지 않을까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연기했다.
"다들 극 초반 묵언수행 설정으로 대사가 없는 게 어렵지 않냐고 많이 물어보셨어요. 대사 대신 눈빛이나 표정을 과장해서 전하고 싶은 감정을 전달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영화 분위기와 청석이 동떨어져 보일까 봐 걱정됐어요. 너무 튀지 않아 보이지 않는 게 최우선이었어요."
남다름은 아역 배우 출신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는 김유정과도 '제8일의 밤'을 통해 연기에 대해 조금 더 깊어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누나가 먼저 다가와 줘서 조금은 친해진 상태로 연기에 임할 수 있었어요. 둘 다 아역배우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도 나눴지만, 그보다는 이 장면을 가지고 어떻게 연기할지,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에 대한 대화를 더 많이 나눴어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고 현장에서 제일 어리다 보니까 누나가 저를 많이 챙겨주셨어요. 감사하게 생각해요."
'제8일의 밤'은 스님이 염주와 도끼를 들고 산스크리트어를 외며 세상을 장악하려는 비현실적인 존재와 맞선다. 정신적인 깨달음으로 인해 자신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돌아보고 해탈과 함께 '악'을 봉인하는 이야기가 2시간 안에 담아내기에 무리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남다름도 인식하고 있었다.
"사실 저도 대본이 어려워서 감독님과 만나서 궁금했던 것들을 여쭤봤어요. 현장에서도 연기할 대 헷갈리거나 애매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질문을 했고요. 그래서 관객들도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하긴 했어요. 그때는 여러 번 보시면 이해가 수월하시지 않을까요.(웃음)"
작품의 흥행과 평을 떠나, 매번 현장에서 얻는 배움과 기운이 스무 살의 남다름 뿌리가 됐다. 그는 '바른 청년'이란 이미지는 캐릭터를 통해 얻은 깨달음과 좋은 어른들과 무언가 만들어나간다는 경험 덕분이라고 해사하게 웃어 보였다. 그는 자신이 앞으로 어떤 작품에서 누구와 호흡을 맞추며 무엇을 배울지 궁금하다.
"제가 지금까지 연기했던 인물들의 가치관과 태도, 그들의 감정을 연기하면서 얻는 게 많았어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여기에선 이런 방법도 있구나', '이렇게는 하지 말아야지' 등 제가 몰랐던 것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표현하며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런 부분이 제 가치관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경험하면서 얻은 게 또 한 가지 있다면 현장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요. 저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소중한 배움을 얻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