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란' '주120시간' 이어 '부정식품' 논란
여권 "망언 제조기" "불량 인식" 파상공세
"숨소리도 논란되는 대선판서 구설 자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부정식품(불량식품)'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주120시간 노동'과 '민란'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던 윤 전 총장이 또 다시 설화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숨소리조차 논란이 되는 대선판에서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구설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與 '논란 발굴단' 어시스트 받아 총공세
논란의 발단은윤 전 총장이 지난달 18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를 인용한데서 비롯됐다.
윤 전 총장은 "프리드먼은 '그것(퀄리티)보다 더 아래라도, 완전히 먹어서 사람이 병 걸리고 죽는 것이면 몰라도, 부정식품이라고 하면 그 아래라도 없는 사람은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은 이어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지적하며 "햄버거 50전짜리도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50전짜리를 팔면서 위생이나 이런 퀄리티는 5불로 맞춰 놓으면 소비자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했다.
매일경제 인터뷰 당시에는 해당 발언이 기사화 되지 않았지만, 전문을 담은 유튜브 영상이 공개된 뒤 특정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를 '발굴해' 문제를 삼으면서 논란으로 확산됐다.
이에 민주당은 2일 당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나서서 "천박한 인식", "불량 후보", "망언 제조기"라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어안이 벙벙하다. 내 눈을 의심했다"고 했고, 이낙연 전 대표도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그의 위험한 인식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불량 후보다운 불량 인식에 경악한다"고 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총장의 부정식품 발언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가난한 자에게 부정식품 먹을 권리를 달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송영길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도 불량식품을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단속했었다"며 "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던 윤석열 후보라서 불량식품에 대해서도 생각이 좀 다른 것 같다"고 꼬집었다.
尹 "어이없는 왜곡"…지원사격 없는 野
논란의 불길이 확산하자 윤 전 총장은 "어이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입당식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지 않는다면 기준을 너무 높여 단속하고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검찰권의 과도한 남용 아니냐는 생각을 평소에 가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도 행정적으로 단속하는 부정식품을 정하는 기준을 과도하게 정하면 국민건강엔 큰 문제가 없지만, 기업에서는 기준을 지키려다 보면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저소득층에서는 훨씬 싸게 선택할 수 있는 걸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도 별도의 논평을 내고 "부정식품을 정하는 정부의 기준이 현실의 경제상황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인터뷰였다"면서 "인터뷰 내용 전체를 보셨다면 취지와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 전 총장이 이날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에서 언급한 "페미니즘이라는 것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지, 선거에 유리하게 하고, 집권을 연장하는 데 악용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여권은 '여성혐오 프레임'으로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당차원의 적극적인 방어전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부정식품 발언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개별 주자 발언에 제가 평가하기 시작하면 경선 개입이 될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오히려 경쟁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가난하다고 '부정식품'을 먹게 할 수는 없다"면서 "윤 전 총장의 평소 철학이 뭔지 의문이 든다"고 저격했다.
이날 국민의힘 내에선 "윤 전 총장 캠프에서 말조심을 당부할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할 때 더 신중해야 한다", "정제되지 못한 발언과 이를 논란으로 만드는 악순환을 끊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20년 전 했던 얘기도 논란이 되는 게 대선이다"면서 "지금처럼 말로 인한 논란이 반복되면 윤 전 총장의 정의, 공정, 참신함 등의 장점에 상처가 쌓이고,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