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재무제표 수정 급증
빅4 회계법인 비중↓…영향력 '여전'
지난해 상장법인의 감사보고서 적정의견 비율이 97%를 기록하면서 하락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재무제표 신뢰성과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시행된 주기적 지정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등 신규제도가 급격한 시장변화를 수반하지 않고 안착되는 것으로 평가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법인 가운데 감사보고서 적정의견을 받은 회사는 2293사로 집계됐다. 분석대상 상장법인의 97.0%에 달하는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 소폭 하락(0.2%p)한 규모지만, 하락세는 둔화되는 모양새다.
실제로 적정의견 비율은 지난 2016년 99.0%에서 2017년 98.5%, 2018년 98.1%, 2019년 97.2% 으로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비적정의견을 받은 회사는 71사로 전기의 65사 대비 6사 늘었다. 비적정의견 사유는 감사범위제한이 63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계속기업 불확실성으로 비적정의견을 받은 기업도 32사에 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영업환경 불확실성이나 감사인 변경 등 요인에 따라 전기 재무제표 수정이 강조사항으로 기재된 상장법인도 대폭 늘었다. 지난해 영업환경 불확실성 강조사항을 기재한 회사는 369사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9년의 19사 대비 350사 급증한 수치다. 전기 재무제표 수정 강조사항 기재도 2019년 24사에서 지난해 107사로 83사 늘었다.
감사를 진행하는 회계법인 중에서는 중견사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 일명 '빅4'인 삼일, 삼정, 한영, 안진 회계법인 비중은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실제로 소속 공인회계사 수, 매출규모, 총감사회사 수 등 규모기준으로 상위 10개사 가운데 하위 6개사인 중견 회계법인의 상장법인 감사비중은 2019년 24.7%에서 지난해 36.0%로 11.3%p 늘었다. 같은 기간 빅4 비중은 38.2%에서 31.0%로 감소했다. 감사인등록제 시행에 따른 감사인 재편 과정에서 중‧소형 상장법인의 중견 회계법인 선호 경향이 심화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다만 감사대상 상장법인의 시가총액 기준으로 빅4 비중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감사품질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상장법인 시가총액은 2278조원으로 전기 1649조원 대비 629조원(38.1%) 증가했다. 빅4가 감사한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전체의 84.9%에 달하는 1934조원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신규제도가 급격한 시장변화를 수반하지 않고 안착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신설된 제도는 주기적 지정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외감법 과징금 도입, 표준감사시간제 등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에도 신규제도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의 애로사항을 적극 수렴해 회계개혁이 안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등록 회계법인의 감사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등록요건 준수 여부를 지속 점검하고 감사인 지정 시 감사품질요소 반영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