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운 음악의 힘
월화와 ‘그대들’이 보여주는 환상의 하모니
코로나19 시대,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힘은 더 크게 느껴진다. 당장 음악이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음악을 통해 우리는 치유와 위로를 받고,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최근 ‘주크박스 뮤지컬’이 다수 무대에 올려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 중에서도 지난달 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에 탄탄한 스토리를 입힌 수작으로 꼽힌다. 2017년 초연 당시 공연 기간 단 4주 만에 10만 관객을 동원하며 막을 내렸고, 2018년 재연을 거쳐 올해 세 번째 시즌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작품은 1980~90년대 정서를 강력하게 환기한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주어진 마지막 1분을 찾아온 미지의 캐릭터 월하를 통해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그때 그 시절로 관객들을 이끈다. 또 작품은 이 작곡가의 곡들을 엮어 만든 뮤지컬답게 고인에 대한 헌사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극중 명우의 아내 시영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고인과 고인을 여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이들을 위한 송가이자 이영훈의 아내인 영훈뮤직 김은옥 대표를 위한 위로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품이 높이 평가되는 이유는, ‘옛사랑’ ‘소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붉은 노을’ ‘깊은 밤을 날아서’ 등의 명곡에 이야기를 덧입히고, 확장하면서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는 시간까지 안긴다는 점이다. 극중 명우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지금이 소중하다고 거듭 말해주고 있는 듯 느껴진다. 결국 ‘광화문연가’는 시대를 초월해 ‘음악’으로 연대하게 하는 작품이다.
올해 세 시즌은 맞아 작품에 변화도 있었다. 이승과 저승을 잇는 거대하고 새하얀 다리, 화려한 조명과 의상, 그리고 무대 연출 등 무대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관객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감동을 안긴다. ‘ㄷ’자 형태로 확장된 무대를 통해 관객과 배우 사이의 거리를 좁혀 몰입감을 더했다. 이 확장 무대는 공연 내내 관객과 가까이서 호흡하다가 마지막 커튼콜에서 그 진가가 100% 발휘된다.
음악이 이 뮤지컬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만큼,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윤도현과 엄기준·강필석이 명우를, 차지연·김호영·김성규가 월하를, 전혜선·리사가 수아를, 문진아·송문선이 시영을, 양지원·황순종이 과거 명우를, 홍서영·이채민이 과거 수아를 연기한다.
특히 지난달 28일 공연에 오른 월하 역의 차지연과 ‘그대들’로 불리는 배우 이든, 육현욱, 김민철 트리오가 보여준 매력은 그야 말로 폭발적이다. 차지연의 감성적이면서도 힘 있는 보컬과 능청스러움과 진중함을 오가는 연기, 그리고 그의 옆을 지키며 극 중간마다 이들이 선보이는 환상의 하모니와 웃음 포인트들은 극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9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