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2021년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1975년 남베트남과 1950년 한국


입력 2021.08.16 07:57 수정 2021.08.16 06:59        데스크 (desk@dailian.co.kr)

카불 장악 임박한 탈레반. ⓒ [AFP=연합뉴스]

미군이 7월 초 철수를 시작한 이후 겨우 1개월 남짓 지났지만,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에 의하여 장악되고 있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의 대부분과 수도 카불을 제외한 주요 도시를 장악한 상태이다. 카불은 거의 고립된 상태이고, 미국은 대사관 경호를 위하여 3000명의 미군을 파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결정을 비판하는 미국 내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은 그 국민들이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탈레반에 의한 아프가니스탄 장악은 외부적인 사실만 보면 정부의 변경일 뿐일 수 있지만, 상당수 아프가니스탄인에게는 생사의 문제이다. 재판 없는 처형을 비롯한 처절한 보복이 자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정부와 군 인사들,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에 협조했던 사람들, 그리고 탈레반이 그들에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 될 것이다. 이미 탈레반은 점령된 지역은 물론이고, 카불에 있는 인사들에 대해서도 암살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세계는 ‘내정 불간섭’을 핑계를 몇 차례의 성명을 발표할 뿐 그러한 처형을 방지하기 위한 어떠한 의미 있는 개입도 하지 않을 것이다. 죽어가는 아프가니스탄인만 불쌍할 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의 아프가니스탄에만 특별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매우 유사한 장면을 1975년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목도했다. 북베트남은 미군이 철수한 이후 2년이 채 되지 않아서 남베트남을 공격했고, 아프가니스탄과 너무나 유사하게 남베트남은 제대로 저항해보지도 못한 채 북베트남에게 정복당했다. 당연히 수많은 남베트남의 인사들이 처형을 당하였고, ‘킬링필드’라고 일컬어졌듯이 이것은 동남아시아 전역에 걸친 광범한 살육으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세계는 ‘내정 불간섭’을 핑계로 아무런 조치를 강구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 죽어간 수많은 동남아시아 국가 주민들만 불쌍해졌을 뿐이다.


우리는 잊고 있지만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뻔했다. 1949년 미군이 철수하자 1년도 되지 않아서 북한은 전면남침을 감행했고, 1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낙동강 지역만 남겨둔 채 모든 지역이 북한군에게 점령되었다. 점령된 지역에서 다양한 처형과 불법행위가 있었다. 다행히도 당시에는 미군이 다시 개입하기로 결정을 내려서 낙동강 방어선을 지킬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현재의 남한을 수복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하여 베트남과 같은 대규모 학살은 예방되었다.


이제 북한은 수소폭탄은 물론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보유하고 있고, 핵잠수함(SSBN)도 건조 중에 있다고 한다. 다음번에 북한이 공격할 때 미국이 개입하면 ICBM으로 또는 SSBN에 탑재된 SLBM으로 미 본토의 도시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미국은 한국보호보다는 자국 도시의 안전을 중시하여 개입하기 어렵고,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1950년과 같은 미군의 재개입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이번에 한국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면서라도 실시하자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였다. 주한미군만 철수하면 현재의 탈레반과 1975년의 북베트남이 달성한 성과를 북한이 바로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부 국민들은 말할 것이다. 우리의 대비태세가 1950년대에 비해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고. 그러나 북한은 그 동안에 한국이 강해진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더욱 강해졌다. 100개 정도에 이르는 핵무기를 보유한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6.25전쟁에서 탱크가 기습효과를 거두었듯이 핵무기로 주요도시 몇 개를 타격하면 우리가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더군다나 한국군의 전반적인 대비태세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만큼 강하지 않다. 최근 한국군은 북한을 적으로 생각하거나 대비하지도 않아 왔고, 경계태세 소홀이나 성범죄 사건에서 보듯이 기강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이다. 북한군이 공격해올 경우 1950년의 한국군, 1975년의 남베트남군, 지금의 아프가니스탄군과 유사하게 일방적으로 도주하거나 투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가 노력해야할 것은 한 가지밖에 없다. 미군이 철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미군만 철수하면 금방 붕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상당수의 한국 지식인들은 반미를 오히려 자랑으로 생각한다. “미군은 미국의 필요에 의하여 주둔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철수하라고 해도 철수하지 않는다”면서 장담한다. 1970년대의 남베트남 지식인,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지식인들도 동일하게 장담했을 것이다. 부탁하고자 한다. 미군이 그렇게 보기가 싫으면 제발 혼자만 미군이 없는 나라로 가시라. 필자와 같은 동포를 불쌍하게 생각해주시라. 왜 본인의 반미감정 때문에 필자와 같은 평범한 국민들로 하여금 생사를 건 모험을 하도록 만드는가?


또 한 가지 간과하지 않아야할 사항은 ’평화협정‘의 부질없음이다. 1973년 협정을 체결하면서 북베트남은 미국 및 남베트남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약속하였다. 이번에 탈레반도 2020년 2월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모든 위협 행위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북베트남도 탈레반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어떤 단체나 국가도 평화협정 위반에 대하여 비난하거나 항의조차 하지 않는다. 또한 평화협정체결 시 미국은 남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 정부에게 사태가 잘못될 경우 재투입하여 방어해줄 것이라고 분명히 약속하였다. 그러나 이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사실 미국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그 나라의 종말을 예견했을 것이고, 다시 재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에는 아직도 평화협정 또는 종전선언이 평화를 보장해준다고 생각하면서 핏대를 세워 그 체결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인간 간의 관계에서도 신사협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사실인데, 국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제관계에서 협정의 효력을 믿고 주장하는 게 말이 되는가? 그분들에게도 부탁하고자 한다.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남한과 미국에게 평화협정이나 종전선언을 하라고 말하기 전에 정부에게 북핵에 대한 대비태세를 철저히 강구하라고 말하라.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으면 협정이나 선언으로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나라로 가시라. 왜 대한민국에서 그 불안한 방법을 주장하여 필자와 같은 선량한 국민들을 남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위험에 빠뜨리고자 하는가? 평화협정이나 종전선언이 체결된 후 한국이 남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처럼 잘못된다고 해도 그대들이 책임지지는 못할 것 아닌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사례를 보면서 나의 잘못을 시정하거나 위기를 예방한다. 남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이 안일과 미국에 대한 안보의존으로 국가를 파멸시키는 것을 생생하게 목도하면서도 우리의 잘못을 시정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평범한 수준의 지적 역량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제발 정신 차리자.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