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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황정민이 인질?"…현실과 픽션 오가는 대담한 장르 영화 '인질'


입력 2021.08.18 09:38 수정 2021.08.18 09:44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18일 개봉

외유내강 제작·NEW 배급

"저는 항상 사람들한테 그래요.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왜냐하면, 60여 명 정도 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이렇게 멋진 밥상을 차려놔요. 그럼 저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거든요."


황정민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흥행 배우다. '국제시장', '베테랑'으로 쌍청만 배우란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며 그가 출연한 영화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다. 그런 황정민이 영화 '인질'의 배경이 됐다. '인질'은 황정민이 2005년 청룡영화상에서 '너는 내 운명'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소감으로 유명한 장면을 오프닝으로 택했다. 그뿐만 아니라 필모그래피, 기사, 활약상이 '인질'에 그대로 차용하며 배우 황정민이 가지는 '리얼리티'를 강조했다. 이제 황정민이 집 앞에서 정체불명의 남자들에게 납치를 당한다. 이 설정이 '인질'의 승부수다.


ⓒNEW

납치를 당한 황정민이 눈 뜬 곳은 인적이 드문 집이다. 황정민은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는다. 혹시 몰래카메라인가 싶지만 날라오는 주먹과 구석에 묶여 있는 여자를 보고 현실을 직시한다. 이 여자는 자주 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알려준 최근 실종돼 경찰이 찾고 있는 인물이다.


황정민은 자신과 여자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5억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납치범들의 리더 최규완(김재범 분)은 자신의 집에 있는 은행 인증서를 찾으러 떠났고, 남은 납치범들의 눈을 피해 어떻게든 이곳에서 빠져나갈 궁리를 시작한다.



ⓒNEW

영화가 베일을 벗기 전, 알려진 정보는 필감성 감독 연출, 주연 황정민, 제작사 외유내강 정도였지만 이는 제작진의 노림수였다. 1000:1일의 오디션 끝에 발굴해낸 신예 김재범, 류경수, 정재원, 이규원, 이호정, 그리고 납치를 당해 황정민과 같은 운명에 처한 이유미가 '인질'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납치범의 리더지만 책임감, 죄책감 등 공감 능력이 없는 최기완은 냉한 기운을 뿜으며 황정민과 대립한다. 평범한 얼굴 뒤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잔혹한 최기완이 긴장감의 한 축을 담당한다.


최기완 밑에서 일을 하지만 그에게 반감을 품고 있는 염경훈(류경수 분)는 불같은 남자다. 황정민이 자신의 유일한 돈 줄이지만 신경 거슬리는 말을 하면 그대로 얼굴에 주먹을 꽂고 발로 차는 등 자신의 감정을 모두 드러내 최기완과는 다른 결의 빌런의 모습이다. 여기에 어딘가 모자라 보이며 황정민의 팬임을 자처하는 용태(정재원 분), 경훈의 여자친구로 폭탄과 총을 제조하는 샛별(이호정 분) 등 낯설지만 매력적인 납치범의 조화롭다. 한 팀인 줄 알았지만 위기 상황 속에서 분열돼 팀 내 적이 되는 이들의 관계가 절묘하고 흥미롭다.


황정민은 영화 중반까지 상체가 묶인 채 위기에 빠진 자신을 연기한다. 필감성 감독은 언론시사회 때 상체만으로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배우를 떠올렸을 때 단연 황정민이라고 자신했고, 맞아떨어졌다. 황정민은 악을 쓰다 사정하는, 그리고 눈속임을 위해 바지에 오줌까지 지리는 연기를 선사하며 탈출을 시도한다. 탈출하려는 황정민과 막으려는 납치범들의 창과 방패 싸움이 '인질'을 장르 영화로써 돋보이게 한다.


또 중간중간에 황정민이 출연한 영화의 제목과 유행어를 넣어 재미를 준다. 그리고'신세계'에서 황정민과 함께 출연했던 박성웅을 또다시 새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다는 설정으로 등장시킨다. 박성웅은 황정민을 "브라더"라고 칭하며 반가움을 선사한다.


아쉬운 점은 결말로 향하는 절정이다. 경찰이 최기완의 농락으로 고군분투하는 사이, 사건의 마무리는 황정민이 짓는다. 널브러진 경찰을 뒤로 한 채 황정민과 최기완의 몸싸움을 보고 있자면 영화가 쌓아올린 리얼리티에 균열이 생기며 결말도 예측 가능하다. 18일 개봉. 러닝타임 94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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