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국선변호사 신청수 4년 전보다 23% 증가…변호사수 4.8%만 늘어
피해자 조력 집중하는 '전담 국선' 23명뿐…'비전담 국선' 전문성 논란
법조계 "비전담 국선, 한 건 당 40만원 선…보수 개선 절실"
강민국 의원 "인권변호사 출신 정부 답게 전담 국선 늘려 최소 지청 단위까지는 배치해야"
법률적 지원이 절실한 아동학대 및 성폭력 피해자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을 무료로 지원하는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피해자 법률지원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데 발맞춰 법무부가 적극적으로 변호사들을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12년 도입된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성폭력이나 아동학대 등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무료 법률지원을 맡는 변호사를 일컬으며, 피고인을 대리하는 일반 국선변호사와는 구별된다. 검사가 법정에서 피해자의 피해를 입증하는 역할을 맡는다면,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은 피해 사건 발생 초기부터 재판이 끝날 때까지 수사기관 조사, 증거 제출, 의견진술 등 사법과정 전반을 돕는다.
데일리안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받은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신청한 건수는 2017년 2만48건에서 2020년 2만6102건으로 23%(6054건) 늘었다.
특히 올해 1~7월 피해자 국선변호사 신청 건수는 2만183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1만4558건) 대비 33%나 급증해 앞으로도 피해자 국선변호사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급증하는 수요와 달리 피해자 국선변호사 수는 2017년 591명에서 2020년 621명으로 4.8%(30명) 소폭 느는 데 그쳤다. 검찰청에서 외부 사선 변호사 풀을 이용해 피해자와 연결해주는 '비전담 피해자 국선 변호인'은 2017년 591명에서 2018년 670명으로 늘었다가 2020년에는 다시 621명으로 줄어들었다.
신청자의 95% 이상이 법률지원 받은 사실을 고려하면, 지난해 기준 이들 변호사 1명당 평균적으로 피해자 41.8명을 담당한 셈이다. 전담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물론 비전담 피해자 국선변호사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비전담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의 자질과 전문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중사를 부실하게 조력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국선변호사가 최근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지난달 한 국선변호사는 성추행 피해자를 상담하는 과정에서 되레 피해자를 성추행 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초동의 A 변호사는 "피의자를 대리하면서 피해자 국선변호인에게 연락을 해야 할 경우가 잦았는데 그때마다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며 "피해자분 입장에서는 국선변호사의 법률적 지원이 상당히 무성의하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개인 변호 업무와 병행하는 '비전담 국선변호사'의 경우, 보수가 너무 적어 피해자 조력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액 월급을 받으며 피해자 조력 업무만 담당하는 전담 피해자 국선변호사와 달리, 비전담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건수 당 보수를 받는다. 전담 국선변호사는 세전 월 600만원을 받고 운영비(100만원)도 별도로 지급받는다. 반면 비전담 국선변호사는 기본수당 2만원, 대면상담은 최대 2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고 수사와 공판절차에 참여하면 5~10만원의 추가 수당을 받는다.
비전담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활동하는 B 변호사는 "한 사건 당 대개 40~50만원 정도를 받는데 사선 업무와 비교해보면 너무 미미한 수준"이라며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품이 많이 드는데도 보수가 적다 보니 국선 업무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피해자 조력을 위해서는 법무부가 적극적으로 예산을 확충해 피해자 전담국선변호사들을 늘리고, 비전담 국선변호사들의 보수도 함께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위원은 "피해자의 목소리가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잘 담기고, 가해자 측으로부터 2차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피해자에게 변호사 조력은 필수적이다"며 "턱없이 부족한 전담 국선변호사를 늘리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도 비전담 국선변호사들이 피해자 조력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 등을 마련하는 등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주변에 피해자를 돕기 위해 열심히 뛰는 국선변호사들이 많은데 이들이 최선을 다하기 위해선 제대로된 가치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사선 업무와 국선 업무와 무게감이 동일할 수 있도록 보수 개선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강민국 국회의원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에서 보듯 지금까지 피의자 인권에 집중해온 측면이 있는데, 인권 변호사 출신 정부 답게 이젠 피해자 인권 증진도 앞장서야 할 때"라며 "법무부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전담 국선변호사를 늘려 최소 지청 단위까지는 배치하는 등 실질적인 개선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지적들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꾸준히 전담 국선변호사를 늘리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예산 당국과 협의해 제도 개선을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