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내 아기라도 살려달라" 아프간 엄마들 3m 철조망 너머로 아기 던졌다


입력 2021.08.20 20:30 수정 2021.08.20 20:31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영국군 지키는 호텔·카불 공항으로 아프간인들 쇄도

일부 아기들은 날카로운 칼날 달린 철조망 위로 떨어져

영국군이 지키는 호텔의 철조망 너머에서 군중이 머리 위로 아기를 옮기는 모습. 이 호텔에서는 엄마들이 아기를 철조망 너머로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트위터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이 쉽지 않자 아기 엄마가 아기라도 살리기 위해 철조망 너머로 아기를 던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이날 아프가니스탄의 한 호텔에서 3m 이상 높이의 철조망에 가로막히자 일부 아기 엄마들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철조망 너머에서 경비를 서는 군인들에게 아기를 던졌다.


영국이 자국민과 관계자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공수부대원들이 지키도록 한 이 호텔에 탈레반의 압제를 우려한 아프간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구조를 요청했다. "아기라도 살려달라"며 던져진 아기들은 운 좋게 영국 군인이 손으로 받아내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영국군 관계자는 "아프가니스탄 엄마들은 절박했다. 탈레반의 폭행을 견디면서도 '내 아기만이라도 살려달라'고 외치며 철조망 반대편에 있는 우리들한테 아기를 던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아기들은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철조망 위에 걸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군 관계자는 "던져진 아기 몇 명은 철조망 위에 떨어졌다"면서 "그 후에 일어난 일은 끔찍했다, 나중에 밤이 되자 모든 부대원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17일(현지시간) 미군이 경비를 서고 있는 가운데 한 아프간 소녀가 공항 담을 기어오르고 있다.ⓒ로이터

수도 카불 공항에서는 아프간 시민들도 공항 벽 너머에 있는 미군에게 아기를 먼저 건넸다. 공항에는 아프간을 벗어나려는 수천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군중을 해산시키려는 총성이 난무했고, 현장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사망자도 나오는 등 대혼란이 빚어졌다.


공항은 미군이 통제하고 있지만, 공항으로 가는 검문소 등은 무장한 탈레반이 장악해 아프간인들의 출국길을 막고 있다. 탈레반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민간인들을 폭행하거나 여권이나 서류를 찢어 공항으로 가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


한 여성은 다리에 묶인 붕대를 가리키며 "부적절한 복장으로 지적당할까 봐 일부러 검은 천을 둘렀는데도 폭행을 당했다"며 "내가 공항에 가는 것 때문에 때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남성은 팔과 어깨에 든 멍을 가리키며 "부인을 보호하려고 하다가 생긴 상처"라고 설명하며 "탈레반 한 명이 부인이 했던 말에 화가 나 막대기로 그녀를 때리기 시작했다"고 분노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하나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