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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맞은 민주당


입력 2021.09.03 07:24 수정 2021.09.03 10:16        데스크 (desk@dailian.co.kr)

언론중재법 상정 저지, 추가 협의키로

국내외 언론단체 반대, 민주당에도 도움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선을 앞두고 언론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민주당의 시도가 일단 저지됐다. 여러모로 다행이다.


독소 조항이 많은 이 개정안이 이번에 처리됐다면, 우선 문 대통령이 곤란해질 뻔 했다. 대통령은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해마다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를 70위권에서 40위권으로 올렸고 임기 끝나기 전에 30위권으로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이번에 개정안이 처리됐다면, 내년 퇴임 무렵에 발표되는 2022년 언론자유지수에서 대통령은 낙제점을 받을 뻔 했다.


물론 대통령은 이번 파동에서도 끝까지 딴청을 피우는 예의 ‘비겁한’ 모습을 보여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긴 했다.


이번에는 국내 언론 현업자 단체는 물론 오랜만에 해외 언론단체와 국제기구도 나서서 의문과 우려를 전달했다. 징벌적인 손해배상제와 인터넷 기사의 열람차단 청구권 등은 대선을 앞둔 민주당으로서는 절실했겠지만, 언론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내용으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런 아이디어 자체가 ‘독재의 도구’로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들은 속으로는 욕심이 나도, 그런 내용을 법에 담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가 연기되면서 국내외에서 안도의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정작 민주당 내에서는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생겼다.


국회의원 김승원(경기도 수원시갑)의 경우를 보자.


“여.야가 더 협의해 오는 27일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처리가 연기되자, 그는 지난 8월 31일 새벽 시간에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그는 법안 처리 불발에 대해 크게 서운함을 표시한 뒤, 문제의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박병석, 정말 감사합니다.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


이 문장의 첫말과 끝말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국회의원들은 동료의 견해를 반박할 때도 또 욕하는 경우에도, 형식적이지만 “존경하는 XXX의원님” 같은 말을 쓴다. 자신과는 견해가 다르지만 그를 선출해준 국민을 향한 예의라고 하겠다. 이런 존경은 국회의장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사실 중견 언론인 출신인 박병석 의장은 언론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이런 법안의 상정을 내심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박 의장의 공로는 평가 받아야 한다.


마지막 단어, “GSGG”는 정말 난해하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뭔 말인가?’하다가, 문맥상 ‘칭찬의 말은 아닌 것 같고’ ‘계속 고, 고 (잘 해 보세요)’ 정도로 해석했다.


그런데 분야 전문가들의 해석을 접하고는 놀랐다. GSGG는 ‘태어난 지 얼마 안되는 작은 개(犬)를 뜻하는 욕설’이라고 한다. 보통사람들이 가끔씩 쓰는 “개XX”라는 욕설이라고 한다. 그 뒤를 이은 김 의원의 구차하고 치사한 말 바꾸기나 변명은 인용하기조차 부끄럽다.


판사(判事)를 지냈다는 김승원(金勝源) 의원의 용기에 놀랄 따름이다. 그는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8월 한 달 정말 세계적인 화제(話題)가 됐다. 해외에서는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데 별 희한한 짓을 다 하는구나” 국내에서는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오매불망 중국과 북한을 쳐다보더니, 닮아가나” 이런 수군거림을 민주당은 듣지 못하는가?


옛말에도 ‘귀가 작고 입이 큰 사람이 정치를 맡는다’고 했는데, 여론에 귀 닫는 민주당에 딱 맞는 말이다.


이 개정안에 대해 국내외 언론단체와 유엔 인권기구가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해외 유수 언론들이 사설을 통해서 말릴 때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이건 국내외 동업자들끼리의 담합이 아니고, 법안 자체의 문제 때문이란 사실을 민주당은 새겨 두어야 더 이상의 망신이나 국격 추락을 막을 수 있다.


특히 지난 30일 국내 7개 언론단체가 국회 앞에서 반대 시위를 할 때, 대한언론인회 박기병 회장도 나섰다. 플래카드와 마스크에 얼굴이 가려졌지만 박 회장은 올 해 90세(1932년생)이다. 춘천사범학교를 다니다가 6.25가 발발해 그 길로 입대해 휴전된 뒤 제대하고 언론에 입문한 드문 경험의 소유자다.


젊어서는 나라를 지키고, 이제 대한언론인회라는 은퇴한 원로 언론인 모임을 이끌고 있는 90노인의 충심(忠心)이 세상에 제대로 전달됐으면 좋겠다.


민주당은 늦여름에 지나가는 소나기, ‘망신(亡身) 소나기’를 만났다고 생각하고, 야당과 적극적으로 대화했으면 한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내년 대선(大選)에도 도움이 된다고 믿길 바란다.


ⓒ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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