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로 데뷔
10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우리는 ‘우연’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사용한다. 누군가와의 만남을 두고, 또 어떤 성과 등을 두고도 ‘우연치 않게’ ‘우연히’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진짜 ‘우연’인 경우가 얼마나 될까.
뮤지컬 배우 윤보경 역시 ‘우연치 않게 뮤지컬과에 입학했다’고 하지만, 사실 배우는 어릴 적부터 바라온 그의 오랜 꿈이었다. 배우가 되기 위해 다니던 학교도 포기하고, 다시 힘든 입시를 자처하는 등의 노력들이 모인 결과이니 결코 우연이라곤 할 수 없다. 윤보경의 오랜 꿈은 지난 7월 13일부터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통해 이뤄졌다.
-데뷔 축하드립니다. 데뷔 소감 먼저 들어볼까요?
사실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아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 무대에 서서 관객들을 만나는 것도, 또 이렇게 꿈에 그리던 무대에서 존경하는 배우들과 노래하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요. 정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웃음).
-뮤지컬 배우가 되고자 했던 계기가 있나요?
사실 꿈이 뮤지컬 배우는 아니었어요. 우연치 않게 뮤지컬과로 대학교에 입학을 하게 됐고,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하다 보니 뮤지컬의 매력에 빠지게 되어 뮤지컬을 볼 기회가 많았고, 화려하고 멋진 공연들을 보면서 ‘저 무대에 서서 연기를 하면 얼마나 감격스러울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뮤지컬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우연치 않게 뮤지컬과에 갔다’고 하셨는데, 결코 우연은 아닐 것 같은데요?
맞아요. 하하.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고, 저 또한 겁이 많아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거죠.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녔었는데 예고 편입 기회가 있어 어머니를 설득해서 예고로 편입을 시도했으나 떨어진 적이 있어요. ‘이 길은 아닌가 보다’라는 생각에 공부해서 단국대학교 신소재공학과에 입학을 하게 됐죠. 그런데 대학생활 중 정말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자퇴하고 군대를 갔다가 입시를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대학 입시 준비를 오래 해서 그 시간들이 조금 힘들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다 좋은 경험이었죠!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힘든 시간도, 포기하고 싶은 시기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제 또래 친구들은 전부 다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결혼도 하며 경제적인 여유를 가지는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늦은 나이까지 꿈만 좇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힘들고, 포기해야 하나 심기도 했죠.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앞길만 생각하자!’ 다짐하면서 더 열심히 노력하고 매 순간 간절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현재 ‘마리 앙투아네트’에 출연하고 있죠. 모든 게 처음일 텐데, 연습과정은 어땠나요?
코로나19로 오디션이 많이 없었는데 정말 좋은 기회로 오디션을 보게 됐고, 너무나 감사하게 공연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오디션 볼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처음엔 너무 긴장되고 낯선 환경으로 입맛이 하나도 없어서 살이 많이 빠졌어요. 그래도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연습했던 것 같아요. 하하. 같이 데뷔하게 된 친구들이 있어서 힘도 많이 됐고, 좋은 선배들을 만나서 많은 걸 배우고 즐겁게 연습했습니다.
-선배, 동료 배우들과 함께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어가기도 하잖아요.
맞아요. 모든 선배들이 하나하나 많은 것을 알려주셨어요. ‘정해진 약속 안에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재미있게 해봐라. 실수해도 괜찮다. 정신 잡고 다음에 실수하지 않으면 되지’라는 동료 선배 배우들의 말이 너무 힘이 됐습니다. 함께 공연하는 모든 선배들을 롤 모델로 삼고 싶어졌어요! 많이 지치고 힘들 텐데 관객들에게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티도 안 내고 항상 밝고 재밌게 공연을 하는 모습들을 보며 많이 배우고 느낍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첫 공연, 관객들이 있는 무대에 처음 오르던 순간은 어땠나요?
처음 무대에 섰을 때 관객들의 박수소리와 무대 위 모든 상황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억날 만큼 너무 벅차고 기뻤어요. 꿈에 그리던 상황을 직접 마주하니 너무 행복했어요.
-현재 뵈머 외에 다양한 역할들을 연기하고 계시죠.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나요?
저는 극빈자와 시민, 자코뱅과 폭도, 그리고 가면무도회에서는 손님으로도 무대에 등장합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더는 참지 않아’라는 넘버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아요. 노래를 하며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의 눈을 마주치면 너무 뭉클하고 울컥하는 마음이 너무 많이 들어요.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맞서 싸우자’라는 가사도 너무 좋고요.
-많은 캐릭터들을 소화하려면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죠. 앙상블 배우들의 공통적 고충이기도 하고요.
모든 앙상블 배우들이 힘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좋은 공연을 만들고, 관객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 무대 위에서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들을 관객 분들께서 조금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윤보경 배우가 생각하는 앙상블은?
앙상블은 뮤지컬의 ‘빛’ 아닐까요? 정말 없으면 안 될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모든 장면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많은 드라마를 만들고 좋은 에너지들을 전달해 주니까요.
-‘마리 앙투아네트’의 다음 시즌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나요?
‘로베스 피에르’라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지금 맡은 ‘뵈머’라는 캐릭터도 너무 재미있고 좋지만 더 진중하고 무거운, 권위 있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마리 앙투아네트’가 막공까지 딱 한 달밖에 남지 않았어요.
얼마 전 떨리는 마음으로 첫 연습을 했던 것 같은데 정말 시간이 빨리 간 것 같아요. 마지막 공연을 생각하니 벌써 너무 아쉽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도 많이 돼요. 또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앞으로 뭐를 해야 하나 이런 고민들도 많이 들지만 열심히 하면 또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오겠죠?
-공연을 보러 올 예비 관객들에게 한 마디.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뮤지컬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화려한 의상과 무대와 조명, 좋은 노래들과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배우들의 좋은 에너지들로 많은 감동과 재미를 느끼시고 가시길 바랍니다!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있다면 이유도 함께 적어주세요.
함께 공연하는 모든 선배들을 롤 모델로 삼고 싶어요! 많이 지치고 힘들 텐데 관객들에게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티도 안 내고 항상 밝고 재밌게 공연을 하는 모습들을 보며 많이 배우고 느낍니다!
-데뷔 전, 여러 무대에 오른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봤을 것 같아요. 꼭 참여하고 싶었던 뮤지컬이나, 맡고 싶은 배역이 있었나요?
제가 춤을 잘 추지 못하는데 꼭 한번 뮤지컬 ‘시카고’의 앙상블로 무대에 서보고 싶어요. 그리고 이미지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어쩌면 해피엔딩’의 올리버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여러 가지의 다양한 무대에 서기 위해서 저에게 부족한 부분을 많이 보완하고 노력할 겁니다!
-뮤지컬 배우로서 첫 발을 내딛은 윤보경 배우의 각오도 들어보고 싶어요.
무대에서 어떤 공연으로 관객을 만나든 항상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배우, 좋은 에너지는 주는 멋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역할로 무대에 서든 자만하지 않고 항상 첫 공연 때의 마음으로 진지하게, 언제나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서겠습니다. 어디서 만나든지 항상 열심히 하겠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