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찬성...이 정도 고생하셨으면 됐다”
“45년 구형, 양형기준표 따라 기계적으로”
TKㆍ박근혜 온건 지지층 달래며 정면돌파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적극 찬성했다. 과거 박 전 대통령 수사부터 현재 사면 문제까지 정면돌파하며 ‘박근혜 지지자’를 적극적으로 끌어안겠다는 모습으로 보인다.
26일 오후 9시부터 열린 국민의힘 대선후보 2차 컷오프를 위한 3차 방송토론회서 윤 전 총장은 유승민 전 의원의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제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 고생하셨으면 댁에 돌아가게 해드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당시 박영수 특검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윤 전 총장의 과거를 언급하며 “박 전 대통령에게 모두 45년형을 구형한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지금도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잘하고 옳은 일이 아니라, 잘 모르시나 본데 양형 기준표대로 다 구간이 있어서 기계적으로 (구형)하게끔 나온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45년 구형은) 재판에서 하는 것이고, 사면은 정치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과거 자신의 구형 문제와는 선을 그었다.
윤 전 총장의 이 같은 모습은 대구경북(TK) 보수층과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TK는 충청과 함께 윤 전 총장의 지역별 주요 지지기반이다.
박 전 대통령 문제는 윤 전 총장에게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7일 윤 전 총장은 출마 선언 이후 처음으로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윤 전 총장은 도착하자마자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동시에 우리공화당 당원 100여명의 반발을 맞닥뜨리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 박근혜 전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은 윤 전 총장을 향해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박근혜 탄핵 원흉 물러가라” 등을 외치며 박 전 대통령 생가 입구에서 윤 전 총장의 진입을 몸으로 막았다.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윤 전 총장의 이번 발언은 박 전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비교적 온건한 성향의 지지자들에게는 묵은 감정을 날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강성·온건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며 “온건한 지지자들은 궁극적으로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기에, 윤석열 후보의 사면 발언으로 지난 앙금을 털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박 전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은 윤석열 후보가 어떤 말을 해도 설득되지 않는다”며 “과거 45년 구형 해명 발언 자체에도 분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