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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시스루에 민망한 ‘엉덩이골’ 적나라해”…伊 애국동상 논란


입력 2021.09.29 10:59 수정 2021.09.29 10:59        진선우 기자 (jsw517@dailian.co.kr)

논란이 된 여성 애국동상. ⓒ에마누엘레 스티파노 페이스북 캡처

이탈리아에서 애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여성을 모티브로 한 동상이 제작됐으나, 동상의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이를 두고 성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이탈리아 남부 살레르노 주 사프리에서 주세페 콘테 전 총리가 참석한 행사에서 문제의 동상이 공개됐다.


동상은 19세기 이탈리아 시인 루이지 메르칸티니의 작품 ‘사프리의 이삭 줍는 사람’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사프리의 이삭 줍는 사람’은 1857년 사회주의자 카를로 피사칸의 실패한 나폴리 원정기를 그린 시다. 시 속에 등장하는 이삭 줍는 여성은 바다를 바라보며 원정에 나섰다가 죽은 300명에 대한 애착을 담아 노래하며, 이탈리아에서는 애국적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제의 동상은 마치 속이 투명하게 비치는 ‘시스루 드레스’를 연상시키며 여성 신체 굴곡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로라 볼드리니 트위터 캡처

이에 이탈리아 중도좌파 민주당의 로라 볼드리니 의원은 “이 동상은 여성과 역사에 대한 모욕”이라며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남성 우월주의는 이탈리아의 병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탈리아 팔레르모 지역 민주당 소속 여성 정치인 그룹인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성명문을 발표하며 “이 동상은 영혼도 없고, 정치·사회적 문제와 아무 관련도 없어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동상을 제작한 조각가는 발끈했다. 조각가 에마누엘레 스티파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동상의 경우, 해안가에 위치해야 했기 때문에 바닷바람을 이용해 긴 치마를 움직여 몸을 돋보이게 했다”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각상을 만들 때 항상 성별과 관계없이 인체를 최대한 적게 가린다”고 덧붙였다.


작품 제작을 지원한 안토니오 젠타일 사프리 시장도 “작품에 대해 논란이 발생하기 전까지 누구도 작품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다”고 그를 옹호했다.


이탈리아 사회에서 현지 누리꾼들의 의견도 둘로 나뉘는 상황이다.


로라 볼드리니 의원의 말에 동의한 누리꾼들은 “아무리 이삭 줍는 여성이 멋진 뒤태를 갖고 있더라도 이렇게 표현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그럼 미켈란젤로도 성차별주의자냐. 여성의 몸을 조각하는 것이 성차별이면 누가 조각을 하겠냐”며 반박했다.

진선우 기자 (jsw5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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