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 배우 캐스팅, 우리 일상에 영화가 맞닿아있다는 느낌 주고파”
“판타지, 영화라 가능해…하지만 꿈을 꾸다 보면 사회도 나아질 것”
‘견습공의 일주일’은 극적인 사건이나 갈등 없이, 누군가의 일상을 포착하는 것만으로도 영화적 재미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바탕에는 비전문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2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연습한 네우스 발루스 감독의 과감한 선택이 있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견습공의 일주일’은 스페인에서 구직 중인 모로코의 이민자 청년 모하메드가 배관공이 되기 위해 일주일간 견습공으로 일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다. 모하메드가 성질 급한 배관공 발레로와 함께 바르셀로나 집 여기저기를 수리하러 다니는 과정을 담아냈다.
이번 영화제에서 두 번의 GV를 경험한 네우스 발루스 감독은 스페인의 일상에 공감해 준 한국 관객들의 반응에 감사를 표했다. 한국 관객들과 스페인 관객들의 반응 방식은 달랐지만,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웃음을 보며 한국 관객들도 영화에 공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 관객들이 영화를 존중하고, 또 존경심이 있다는 걸 느꼈다. 영화 자체에 대해 애정이 크고 진지하다. 질문을 정성을 들여서 한다는 생각을 했다. 코미디 영화다 보니 스페인 등에서는 깔깔 웃으며 보곤 한다. 하지만 한국 관객들은 표현은 좀 적은 것 같다. 반응이 절제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배관공들의 하루를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내는 이 영화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전개 방식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네우스 발루스 감독은 그들의 일상을 최대한 디테일하게 포착하며 새로운 흥미를 만들어낸다. 네우스 발루스 감독이 모든 출연자들을 비전문 배우로 캐스팅하며 리얼리티를 살린 것이 이 작품만의 장점이 된 것이다.
“극에 등장하는 배관공들은 원래도 배관공으로 일하던 비전문 배우들이다. 그들을 캐스팅한 다음에 2년 동안 리허설을 같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각본을 썼다. 그들의 경험이 녹아 있는 셈이다. 매일 만나지는 않았지만 일주일에 한, 두 번 또는 격주로 만나면서 리허설을 진행했다.”
비전문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것은 네우스 발루스 감독의 소신이다. 이 작품은 물론, 앞선 두 작품에서도 비전문 배우들과 함께 작업했다. 흉내가 아닌, 주인공들의 진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배관공으로 오랜 경험을 가진 인물들이다. 이 사람들은 배우로서만 머무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경험을 끌고 들어오게 된다. 영화에서 하는 말들은 그냥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실제 인물들을 보여주게 되면 관객들도 리얼하게 느낀다. 훨씬 일상에 가깝게 다가오는 느낌이 된다. 대배우나 또는 큰 이유가 없어도 누구나 영화에 나올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또 사소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우리 삶에 영화가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기도 했다.”
이민자의 삶, 빈부격차, 또는 세대 간 갈등 등 모하메드와 발레로, 펩의 일상 안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녹아있다. ‘견습공의 일주일’은 이 메시지들을 드러내거나 부각하진 않는다. 이 또한 그저 일상을 포착하고 싶었던 네우스 발루스 감독의 의도였다.
“영화는 어쨌거나 논스톱이다. 달려가는 삶 속에서 삶의 한 파편을 보여주는 구실을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재밌거나 드라마틱하거나 또는 사랑이 넘치지 않더라도, 이런 일상의 이야기들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문제들이 표현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는 네우스 발루스 감독이 생각하는 영화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었다. 그는 영화란 삶과 인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여겼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꾸준히 고민하고, 이를 카메라 안에 담다 보면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란 인간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찰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를 알려주는 사회적 도구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다른 사람 같지만, 연결되어 있고 관련이 되어 있다. 현실을 넘어서는 다른 사회들을 보게도 해준다. 스페인에서 흑인 여자 대통령을 생각할 수 있겠나. 하지만 영화는 가능하다. 그런 꿈을 꾸면 사회가 나아지는 계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