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종북 콘서트'를 통해 북한 체제를 미화한 혐의로 강제 출국까지 당했던 재미교포 신은미(60)씨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헌법재판소가 취소했다.
헌재는 신씨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며 검찰을 상대로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신씨는 지난 2015년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 등 혐의로 기소유예됐다.
기소유예는 수사기관이 피의자에 대해 죄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재판에 넘기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처분이다. 재판을 통해 유무죄 판단을 받거나 다른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없다. 대신 헌재의 헌법소원 절차를 통해서만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
검찰은 신씨가 미국시민권을 보유한 채 5차례 걸쳐 북한을 방문하고, 전국을 순회하며 통일을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를 개최해 북한의 정권세습과 체제를 미화한 것으로 봤다. 신씨에게는 탈북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 사건은 이른바 '종북콘서트' 논란으로 불렸다.
그러나 헌재는 "청구인의 발언만으로는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그런데도 혐의가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한 기소유예 처분은 자의적 검찰권 행사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또 헌재는 "신씨가 콘서트에서 발언한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이미 연재한 글과 저술한 책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이 책은 2013년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기도 했고 이미 일반에 배포·판매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면 북한 권력 세습체제 정당성을 옹호하는 것이라기보다 북한을 방문해 보고 들은 것을 전달하기 위함으로 보인다"며 "발언 전후 맥락, 전체 취지를 고려해 혐의 인정 여부를 판단했어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고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검찰의 결정에는 수사 미진 및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