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강점? 시쳇말로 '신상'…무한한 가능성 있다"
"실언 논란, 정치신인이다 보니 배워가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표적인 탈문(脫文) 인사로 꼽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권경애 변호사, 금태섭 전 의원을 만났다. 윤 전 총장을 만난 '탈문파' 세 사람은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그동안의 대권 행보 등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선후포럼'을 결성한 이들 세 사람은 진보 진영에 몸 담았다가 '조국 사태'를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에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선 인사들이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의 재집권은 반대한다'는 기치 아래 그간 윤 전 총장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들은 이날 대담에서 경선 과정에서 느낀 점, 윤 전 총장의 강점과 약점 등 가벼운 이야기부터 정치개혁 방안과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권경애 변호사는 먼저 윤 전 총장으로 인해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덕담을 건넸다. 권 변호사는 "객관적으로 봐도 윤 후보가 등장을 안 했다면, 국민의힘으로 인한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거의 희박했다고 본다"며 "그만큼 현 정권과 싸우며 끌어모은 기대감을 결집시킨 분이기 때문에 그 기대는 쉽게 흩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정치경험이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경선의 흥행에 좀 기여한 부분이 있지 않겠나"라고 화답했다.
이어 자신만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 "저는 강점이라고 한다면, 시쳇말로 '신상'이라고들 말하지 않나"라며 "새로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많은 기대를 받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강점이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경선 과정에 대해 어떻게 자평하느냐는 질문에는 "국민들 보시기에는 제가 부족한게 많고 잘했다고 생각을 안 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저 스스로 생각할 때는 신인으로서 돌이켜 보면 참 그래도 잘했다,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윤 전 총장의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에 대한 질문과 답변도 오갔다. 진중권 전 교수는 윤 전 총장이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과 비교해 2030세대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아픈 부분"이라고 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청년 세대를 위하는 정책이야말로 국가 아젠다에서 제일 중요한거라고 생각한다"며 "청년 세대에게 밝은 미래가 보장이 안 되면, 그 사회는 죽은 사회이기 때문에 저는 그걸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그렇게 하다보면 (청년 세대가) 이해해주지 않겠나 하는 기대를 한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경선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된 '실언' 논란에 대해선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언행에 무한 책임져야 한다"며 "제가 정치 신인이다보니 배워나가고 적응해가고 있다. 이게 다 비싼 대가고 저로서는 소중한 기회 아닌가. 앞으로 제 생각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보다도 받아들이는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먼저 생각하는 훈련을 더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마무리 시간을 이용해 윤 전 총장에게 "그동안 문제가 된 발언을 보면 '써클'에 속해서 살았던 거 아닌가. (써클) 밖에 있는 분들에게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 것인가에 대해 배려가 없었던 거 아닌가 (싶다)"며 "겸손한 모습이 필요할 것 같고,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이다"고 조언했다.
尹, 검찰개혁 질문에 "방향은 '국민의 검찰', '공정한 검찰' 두가지"
윤 전 총장은 이날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개혁 방안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진 전 교수가 '대선 결선투표제 같은 정치개혁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 점은 저도 진 교수와 (마찬가지)"라며 "제가 정치를 하기 전에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를 바라볼 때 중·대선거구제라든지, 다양한 국민의 입장이 의회에서 제대로 대변이 안 되는 게 아니냐 (하는 문제), 또 선거 때 사표가 많이 나오고 이런 양당제가 갖고 있는 문제를 잘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전공분야인 검찰 등 권력개관 개혁 관련 질문에는 "아직"이라며 "그건 제가 혼자서 이렇게 써서 만들어도 된다. 제가 원래 검찰개혁에 동의했던 사람이다. 방향은 '국민의 검찰', '공정한 검찰' 두가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검찰 수사권에 대해선 "검찰이 국민 민생과 관련된 너무 많은 사건을 다 직접수사하는 것은 좀 맞지 않다"며 "그러나 또 검찰이 직접 다뤄야 할 경제 사건 등은 1년에 몇 건이라도 직접 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보였다.
은근히 홍준표 견제도…"말 놓고 친근하게 하시더니 토론에선 신상 공격"
윤 전 총장은 이날 대담에서 자신의 최대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을 은근히 견제하기도 했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 이목을 끌었던 홍 의원과의 '어깨 툭 논란'을 의식한 듯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이 자신에게 말을 놓았다고도 밝혔다.
그는 "홍 의원님은 개인적으로 따로 본 적은 없지만 최근 자주 만나며 친해졌다. 또 제가 두세번 정도 '선배님'하고 잘 모시니까 저한테 말씀도 놓고, '야 윤 총장'하시고 친근하게 하신다"며 "그런데 또 막상 토론에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신상가지고 공격도 하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티비토론이 끝난 뒤 자신이 홍 의원의 어깨를 '툭' 친 상황에 대해서는 "그날따라 또 신상 공격을 세게 하시더라. 끝나자마자 방긋 웃으면 걸어오셔가지고 '야 오늘마 고생 많이 했다' 그래서 내가 '아~ 선배'하고 툭 쳤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이 2030세대의 지지를 많이 받는 것에 대해서는 "내용이나 이런 것보다, 위트있고 재미가 있으시다"고 분석했다. 그는 "본인이 몰아붙일 때는 하다가, 딴 분이 (홍 의원을) 몰아붙이면 재밌게 귀엽게 저항을 하신다"며 "그런 점들이 젊은 분들한테 호감을 사지 않나. 너무 진지하고 심각하고 이런 것은 호감을 얻기가 어렵지 않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