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4인방' 신병 확보했지만…이재명 수사 여부는 아직 속단 일러
법조계 "김만배·남욱 영장은 꼬리자르기이자 이재명 면죄부 의지…성남시는 책임서 쏙 빠져"
野 "검찰수사 공정성에 대한 국민불신 가중…이재명, 떳떳하면 특검 수용해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번째 시도 끝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좌초 위기를 겪었던 수사가 일단, 윗선을 향한 동력을 회복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론은 명분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친여 성향 검찰 수뇌부의 '꼬리 자르기'식 수사 행태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한 수사는 아직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특경법상 배임 및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이 김 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씨와 함께 영장이 청구된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도 구속됐지만, 정민용 변호사는 "도망이나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며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김 씨, 남 변호사, 정 변호사 등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측에 거액이 돌아가게 사업을 설계해 공사 측에 최소 651억 원 이상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정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 산하 전략사업팀장을 지내며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유리하게 공모지침서를 작성하고, 사업자 선정 당시 편파 심사를 하며 이후 사업협약 체결 과정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그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의 뇌물을 약속한 뒤 회삿돈 5억원을 빼돌려 건넨 혐의를, 남 변호사는 정 변호사에게 회삿돈 35억원을 빼돌려 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가장해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다.
이번 구속영장 발부는 특혜 개발을 설계한 과정이 구체적으로 소명됐고, 배임 액수 산정과 자금 추적도 법원이 납득할 수준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지속됐던 검찰 부실수사 논란은 어느 정도 수그러들고 대장동 특혜 의혹 전반을 규명하는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재명 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미 구속 기소됐고, 사업의 수혜자인 김씨가 구속되면서 화천대유가 어떻게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됐는지, 실제로 이러한 구조를 만들도록 지시한 윗선이 따로 있는지 등을 규명하는 작업이 남게 됐다.
앞서 법원이 김씨에 대한 검찰의 1차 영장청구를 기각하자 검찰이 혐의를 정교하게 다듬지 못한 채 쫓기듯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이 잇따랐고, 야권을 중심으로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졌다. 그러나 이날 김씨와 남 변호사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검찰의 수사능력이 어느 정도 입증됐고, 역설적으로 "검찰의 수사 능력과 의지를 믿어보자"며 특검 요구를 일축하던 여권과 이 후보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초미의 관심사인 이 후보에 대한 수사 여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씨 등 '대장동 4인방' 구속 여부와는 별개로, 김오수 검찰총장 등 친정부 성향의 검찰 수뇌부가 결국 '꼬리 자르기'식으로 수사를 일단락 지을 수 있다는 불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부장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한 공소사실을 보면 '성남시'는 쏙 빼놓은 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배임을 했다는 내용"이라며 "공소사실대로라면, 모든 비리의 주체는 성남도공이고 성남시는 책임에서 자유로워졌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이어 "김만배·남욱·정민용에 대한 영장 청구는 우려했던 대로 그들 선에서 꼬리를 자르고 이 후보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언뜻 검찰이 정신 좀 차렸나 싶겠지만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듯 야권도 김 씨 등의 구속과 무관하게 특검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국회 앞에 설치된 '대장동 게이트 특검 추진 천막투쟁본부'를 방문해 의원들을 격려하고 특검 도입을 촉구할 계획이다.
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장동 핵심 인물들이 구속된 만큼 이제 이재명 후보의 직무유기와 배임 의혹 규명을 위한 수사만이 남았다"며 "검찰이 대선까지 시간을 끌거나,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국민들은 공정성에 불신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후보는 떳떳하다면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