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의 야생에서 찾는 사랑 ‘극한연애 XL’
로맨스 범죄 다루는 ‘미친사랑X’
남녀의 일상을 24시간 생중계하는가 하면, 11인의 남녀가 민낯과 본성을 드러내기 위해 야생으로 떠나기도 했다. 연애 상담을 넘어 로맨스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까지. 연애 예능들이 과감해지고 있다.
1990년대 방송된 일반인 대상의 짝짓기 프로그램 MBC ‘사랑의 스튜디오’와 이후 리얼리티를 강조한 ‘짝’과 ‘하트시그널’까지. 타인의 연애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연애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장르 중 하나다.
최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서는 더욱 과감한 방향으로 변주되기도 했다. 카카오TV에서는 이별을 앞둔 세 커플이 잊고 지냈던 두근거림을 되찾기 위해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 인연을 찾는 과정을 담은 ‘체인지 데이즈’가 시청자들을 만났다. 티빙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모여 지나간 사랑을 되짚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가는 연애 리얼리티 ‘환승연애’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헤어짐을 앞둔 또는 이미 헤어진 커플들을 모아 새 인연을 찾는 설정이 다소 자극적이라는 우려를 받기도 했지만, 출연자들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담는데 초점을 맞추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새로운 만남이 주는 설렘과 어떤 커플이 이어질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가운데 전 연인과의 관계라는 새로운 갈등이 끼어들면서 더욱 다채로운 감정들이 오고 갔고, 자극적인 상황보다는 이 감정들을 꼼꼼하게 포착하는 데 주력한 것이 호평의 원인이 됐었다.
이에 이제는 일반인들의 평범한 만남이 아닌, 더 새로운 소재, 리얼한 감정들을 담으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고디바 쇼’는 ‘고디바 하우스’에 설치된 60대의 카메라가 100일 동안 24시간 내내 참가자들의 아침, 식사, 취미, 버릇, 성격, 잠자는 모습 등을 모두 담아내는 무편집, 무연출, 무대본을 표방하고 있다. 외부와 차단된 출연자들이 어떤 제약이나 간섭도 없는 상황에서 100일간의 동거 생활을 하는 모습을 담는다. 지난 1일부터 유튜브 채널 ‘GODIVA SHOW TV’에서 라이브 스트리밍되고 있으며, 11월 말 동아TV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15부작으로 방송된다.
생생한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야생을 무대로 삼는 프로그램도 있다.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송되는 ‘극한연애 XL’은 식량은 물론이고 물도, 불도 없는 ‘극한연애 ZONE’에서 생활하는 11명의 남녀 출연자들을 담는 연애 프로그램이다. 절박한 상황에서 참가자들이 어떤 본능을 드러내는지, 또 이 속에서 어떤 이들이 어떻게 사랑의 감정을 싹 틔우는지를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을 극한 상황에 몰아넣는 만큼, 논란을 일으킬 만한 행동을 담아내며 자극적인 전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함께 생존을 위한 미션들을 수행하고 이 과정에서 싹트는 미묘한 감정들을 지켜보는 흥미가 있었다. 자극적인 상황으로 이목을 끌기보다는 야생이라는 특성을 영리하게 활용하며 감정 위주의 연애 프로그램에 스펙터클한 재미를 불어넣고 있다.
출연자들의 썸과 연애를 지켜보는 것이 아닌, 실제 연인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적절한 조언을 전달하는 형태의 연애 프로그램도 새로움을 추구 중이다. ‘연애의 참견’ 시리즈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으며, ‘끝내주는 연애’와 ‘애로부부’ 등 연인, 부부들의 이야기를 담는 새로운 연애 프로그램들이 생겨난 가운데, 단순한 고민과 갈등을 넘어 범죄를 다루는 프로그램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사랑해서 그랬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벌어지는 범죄·살인 사건을 드라마로 재구성해 범인과 심리를 추리하는 치정 스릴러 예능 ‘미친사랑 X’가 TV조선을 통해 방송 중이다.
범죄를 예능의 영역에서 다루는 것에 대한 걱정의 시선도 물론 있다. 이제 막 첫 방송을 마친 ‘미친사랑 X’는 오은영 박사와 손수호 변호사 등 전문가들의 현실적인 조언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며 진지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첫회에서는 가스라이팅을 다뤘다. 이야기 속 인물들의 행동과 발언을 디테일하게 분석하며 가스라이팅에 대한 오해를 짚는 등 하나의 사건을 두고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었다.
일반인들을 어려운 상황에 몰아넣거나, 무거운 이야기를 예능의 영역에서 다루고 있는 만큼 이를 단순한 흥밋거리로 전락시키는 흐름은 늘 경계해야 한다. 시청자들의 관심 유발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노력이 더욱 풍성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빛낼 만한 내실 있는 전개가 중요해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