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미중 '협력 분야'와
'이견 관리 분야' 구분해 언급
대만 두고 미중 충돌 가능성
각급 채널 가동해 상황관리할 듯
백악관이 화상으로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 다음날 중국과의 '협력'과 '이견 관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이 중국과 '극한의 경쟁'을 마다치 않겠다면서도 '충돌'은 피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모양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각)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 화상으로 참가해 미중 정상회담 후속조치에 대해 언급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양국 정상을 포함한 각급 당국자 간 지속적·정기적 대화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미중 사이에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협력이 시급한 분야 △역사적으로 함께 일 해왔지만 도전에 직면한 분야 △효과적으로 이견을 관리해야 할 분야 등이 있다고 밝혔다.
미중이 최근 협력 공감대를 형성한 기후·보건 분야 등에서 접점을 넓히고, 전통 협력 분야인 이란·북한 문제 등을 함께 논의하되, 대만·경제 이슈의 이견을 인정하고 소통을 강화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설리번 보좌관은 미중 양측이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실질적이고 분명한 이슈들을 하나씩 다뤄가며, 진전을 이룰 수 있는 것과 진전을 이를 수 없는 것, 그리고 갈등과 충돌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것들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만문제와 관련해선 "양국 군부, 국가안보회의, 그리고 외교관 사이의 투명한 소통을 통해 소통 오류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도자 간 대화는 고위 당국자와 권한을 위임받는 (실무)협상자 사이의 대화로 이어져야 한다. 경쟁이 충돌로 돌진하지 않도록 가드레일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수준에서 관여 강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미중 정상회담 관련 질문을 받고 "풀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전체적인 이슈에 대해 참모들이 후속조치를 취할 것이다. 2주 내로 더 발표할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정책을 전혀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아니라 대만이 대만에 관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대만 독립을 권장하지 않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있지만, 대만 스스로의 결정은 '어쩔 수 없다'며 중국을 은근히 자극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진핑 국가주석은 전날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의 진정한 현상과 하나의 중국 원칙의 핵심은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최대한의 성의와 최선을 다해 평화통일의 비전을 이루려 하겠지만 만약 대만 독립·분열 세력이 도발하고 심지어 레드라인을 돌파하면 우리는 부득불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만이 중국에 귀속돼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대만 분리·독립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무력 통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NYT "타협 공간 거의 없지만 충돌 고조 막아"
뉴욕타임스(NYT)는 미중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충돌을 막으려는 양국의 관여 의지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NYT는 미중이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회담 결과를 소개하며 "타협의 공간이 거의 없는 상호 불만의 카탈로그나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다만 "두 정상은 양국의 많은 논쟁이 더 광범위한 충돌로 고조되지 않도록 노력했다"며 "두 정상의 발언을 일종의 '데탕트'로 바꿀 수 있다면 외교적 성공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과 관련한 미중 무력 충돌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각급 상황관리 채널을 마련키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한 대목이라는 뜻이다.
대니 러셀 전 국무부 차관보는 "두 정상 모두 (양국) 관계 상태와 상대국가의 행동을 불만스러워한다"면서도 "더불어 그들은 급격히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들 수 있는 군부 간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