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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술도녀’→‘이상청’, 대세 노리는 ‘B급 감성’


입력 2021.11.26 15:06 수정 2021.11.26 15:07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구경이’·‘술꾼도시여자들’ 등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한 캐릭터들 인기

정형화된 형식에선 벗어나 있지만, 어느덧 빠져들어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B급 감성’을 담은 드라마들이 늘고 있다. 심각하고, 무거운 메시지보다는 가볍게 웃다가 여운이 남는 ‘즐거운’ 콘텐츠들을 원하는 시청자들이 늘면서, ‘B급 감성’이 점차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티빙, JTBC

현재 방송 중인 JTBC ‘구경이’가 대표적인 예다. B급 감성을 스릴러물에 녹여, 기존의 스릴러물과는 결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게임도 수사도 렉 걸리면 못 참는 ‘방구석 의심러’ 구경이(이영애 분) 캐릭터부터 그간 본 적 없는 매력을 뽐내며 드라마의 유쾌함을 책임지고 있다. ‘게임 덕후’로 나선 이영애의 모습도 색다르지만, 남다른 개성을 가진 인물이 추리를 이끄는 주인공이 된다는 점에서도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죽을 만한 사람들만 죽인다는 살인마 케이(김혜준 분)의 해맑은 면모부터 분위기가 심각해질 만하면 펼쳐지는 유머러스한 상황과 시각적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만화적인 연출 등 틀에서 벗어난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온라인 화제성을 이끌며 넷플릭스에서도 높은 순위를 유지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은 대놓고 B급 감성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 작가 안소희(이선빈 분), 요가 강사 한지연(한선화 분), 종이접기 유튜버 강지구(정은지 분) 등 매력적인 ‘또라이’ 캐릭터들을 앞세워 젊은 층의 열광을 끌어내고 있다. 모든 회차에서 이들이 술을 마시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면들이 담기는데, 이 과정에서 각 캐릭터들의 거침없는 면모가 대리만족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 중이다.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상대와 술 배틀을 벌이는 강지구의 터프한 면모가 이목을 끄는가 하면, 안소희가 한지연을 대신해 거친 욕을 속사포처럼 내뱉는 장면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는 등 30살 여성들의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낸 것이 젊은 층에게 제대로 어필되고 있다.


이 외에도 ‘할수있는자가 구하라’, ‘은하해방전선’ 등을 통해 B급 감성의 콘텐츠들을 주로 선보여 온 윤성호 감독의 신작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가 웨이브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셀럽 이정은(김성령 분)이 남편인 정치평론가 김성남(백현진 분)의 납치 사건을 맞닥뜨리며 동분서주하는 일주일간을 배경으로,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드는 풍자를 유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근 장삐쭈의 애니메이션 ‘신병’, 웹드라마 ‘좋좋소’ 등 유튜브 콘텐츠들을 중심으로 현실을 유쾌하게 비꼬는 작품들이 각광을 받은 바 있다. 이 작품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좋좋소’는 왓챠 진출을, ‘신병’은 드라마화를 이뤄내며 ‘B급 감성’이 꽤 많은 시청자들에게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바 있다.


이렇듯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던 B급 감성의 콘텐츠들이 점차 확대되며 이제는 TV, 대형 OTT 작품들의 중요한 흥행 코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가벼운 웃음을 원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면서 심각함에서 탈피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지는 것 같다”며 “물론 B급 감성이 과하면 유치하고, 촌스럽게 느껴지겠지만, 장르적인 매력에 바탕을 둔 ‘구경이’나 현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한 편의 신선한 코믹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잘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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