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일상회복 후퇴에 역할 의문 제기
野 "최고의 전문가라더니 뭘 했는지 설명 없다"
文, 고개 숙였지만…방역 담당자 질책은 안 해
정치권 안팎에서 방역 컨트롤 타워인 기모란 청와대 방역비서관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행 45일 만에 후퇴하는 등 엄중한 시점이지만, 기 기획관의 역할은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섣부른 정책 시행을 인정하면서, '방역 담당'인 기 기획관에 대한 경질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기 기획관은 지난 4월 청와대에 방역기획관이 신설되면서 임명됐다. 당시 전문가는 물론 야당은 자질부족과 정치편향 등을 이유로 기 기획관 임명을 반대했다. 기 기획관은 임명 전 정부의 백신 확보 지연과 관련해 "백신이 급하지 않다"는 발언 등으로 논란을 산 바 있다. 기 기획관 배우자가 지난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해 정치 코드 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됐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기 기획관을 '최고의 방역 전문가'라고 강조하며 임명을 강행했다. 기 기획관은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만드는 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에는 5단계 체제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와 생활 방역으로 재구성하는 개편안을 제시했다고도 전해졌다.
기 기획관에 대한 책임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건,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 7월부터다. 당시 야당은 "사실상 정부의 방역 완화를 기획하고 주도한 인물이 기 기획관"이라며 기 기획관의 역할에 의문을 품었다. 기 기획관은 임명 후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식 회의, 민주당의 코로나 백신·치료제 관련 회의 등에만 몇 차례 모습을 드러냈고, 국정감사는 야당의 출석 요구에도 업무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델타 변이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까지 등장했고, 코로나 확산세에 다시 거리두기 체계로 유턴하자 기 기획관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물론 기 기획관 등 청와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어렵게 시행한 만큼, 과거(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5일 페이스북에 "작금의 상황에 책임지는 관계자가 없다"며 "도대체 기 기획관은 무엇을 하는가. 현실감각 없는 정부의 탁상공론에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라고 비판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13일 "청와대는 실패를 인정하고 사람을 바꾸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하라"고 했다.
대선 후보도 기 기획관의 경질을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 10일 "준비 없이 시도한 일상회복 조치나 확산세에 대한 무능한 대처의 원인은 결국 과학방역이 아닌 정치 방역에 있다"며 "정치방역의 종식을 위해 청와대 방역 실무 책임자인 기 기획관과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의 경질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16일 방역 조치를 강화한 것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기 기획관 등 방역 책임자에 대한 질책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한 질책 같은 건 없었다"고 말했다. 대신 문 대통령은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위중증 환자의 증가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 확보 등에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 방역조치를 다시 강화하게 되어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직접 고개 숙였다.
황규환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최고의 방역전문가라며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리에 앉힌 기 기획관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며 "책임자 문책 없이는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 기획관 등 담당 참모들은 정말 힘들게, 열심히 하고 계신다"면서 "야당의 공세에는 일일이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