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철폐’에 ‘노동이사·타임오프제’
윤석열, 친기업·친노동 정책 동시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주 한국경영자총협회(9일), 한국여성경제인협회(14일), 한국노총(15일), 대한상공회의소(16일) 등을 잇따라 방문하며 경제계·노동계와의 소통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번 나온 윤 후보의 ‘노동이사제’ 찬성 발언은 지난주 정치권과 경제계의 큰 화두였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 1~2명이 기업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로 그동안 여당·노동계, 야당·재계가 팽팽히 맞서왔던 사안이다. 윤 후보는 ‘규제철폐’ 등을 외치며 친기업 목소리 내는 것과 동시에, 노동이사제·타임오프제에 찬성의 뜻을 표하며 친노동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나경원 전 의원 등 보수진영에서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노동이사제, 타임오프제 찬성”
윤 후보는 지난 15일 한국노총 집행부와 만나 근로자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와, 노조 전임자 활동을 유급근로로 인정하는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비공개 간담회에서 “교원·공무원 노조에 타임오프를 지원할 때가 됐다”면서도 “공적 영역(공공 부문)에 있는 인사들의 경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일부 조정도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김병민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노동이사제에 대해 “전면 도입은 당에서도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윤 후보 뿐만 아니라 당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윤 후보가 ‘노사 간 동반자란 인식이 중요하다고 했고, 노동이사제가 공공기관 합리화 부실방지에도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다음날인 16일 최태원 회장 등 대한상의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도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정부의 밀실 행정 방지, 준법경영 등 차원에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시대의 흐름”이라며 “사회적 합의가 추진된다면 한번 시행해보면서 지켜보자”는 입장을 전달했다.
김은혜 선대위 대변인은 “윤 후보는 재계가 어떤 것을 우려하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며 “윤 후보의 노동이사제에 대한 생각에 대한 말을 듣고 간담회 참석자들도 공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노동이사제, 여야 왜 대립할까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의결권을 가지고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다.
여당과 노동계는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과 공익성을 높이고, 노사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라고 주장한다. 야당과 재계는 국내 대립적 노사관계를 고려해 볼 때 이사회가 투쟁의 장으로 변질할 가능성이 있으며, 공공기관 전면도입시 민간까지 확대할 것을 우려한다.
현재 노동이사제는 지난 2016년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들에 처음 도입한 이후 현재 경기도·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들이 조례를 제정, 시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이를 공공기관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고, 현재 상임위에 안건 조정을 신청했다.
이재명 후보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와 타임오프제 도입을 일찍이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 측과 여당은 야당의 윤 후보 공공이사제 등 찬성 발언에 기다렸다는 듯 관련 법안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
尹, 실용주의 강조?...홍준표·나경원, 보수진영 우려
윤 후보는 기본적으로 ‘규제철페’ 등을 외치며 친기업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대한상의에 방문 당시에도 “집권하면 규제 방식을 네거티브 규제(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로 바꾸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윤 후보가 보수진영에서 반대하는 노동이사·타임오프제 등을 찬성하는 친노동 행보를 동시에 보이는 것은, 자신이 진영논리로부터 자유로운 ‘실용주의’를 지향하는 정치인임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윤 후보는 대한상의에서 ‘성장·복지’를 예로 들며 “이분법적인, 구시대적인 논쟁에 저는 발 담그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보수진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16일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홍문청답(홍 의원이 질문하고 청년들이 답하는 소통란)’코너에 ‘노동이사제도’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보수정당 후보가 노동이사제를 찬성했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집행기관 이사제도와 감독기관 이사제도가 있다는데, 노동자들은 감사기구인 김독기관 이사회에만 들어가고 우리처럼 집행기관인 이사회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며 “(윤 후보가) 그 내용을 알고 찬성했는지는 모르나, 노동이사제는 경영권 침해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나경원 전 의원은 “기득권 노조를 위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며 “지금 우리가 고민할 것은 미국·일본이 모두 경제안보를 앞다퉈 자국에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려 하는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우리 기업을 리쇼어링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가일 것이다. 그것이 보수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 정당의 기본 책무”라고 유감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