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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결산-영화] 코로나19로 여전한 침체기, 그럼에도 빛난 국내 영화인


입력 2021.12.28 13:48 수정 2021.12.28 08:4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윤여정,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수상

할리우드·한국영화 희비 교차

OTT 영화, 영화제와 공존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상 최악의 침체기를 겪었던 영화계, 올해 역시 코로나19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영화 산업은 큰 타격을 맞았다. 신작은 개봉을 미루고, 제작은 중단되고, 관객수는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자 영화계는 안팎으로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국내 배우들의 국제적인 활약은 어느 때보다 빛났다.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쓰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고, 제 74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식이 개막을 선언하고, 이병헌이 시상자, 송강호가 심사위원을 맡았다. 또 홍상수 감독의 '당신의 얼굴 앞에서'와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이 각각 칸 프리미어,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뉴시스

◆ 윤여정, 한국 영화계 새 역사 쓰다…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 수상


'미나리'는 1980년대 한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다룬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로, 윤여정은 극중 이민 간 딸 모니카(한예리 분)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았다. 전형적인 할머니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개성을 녹인 순자로 전 세계인들의 마음의 마음을 두드렸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42개의 여우주조연상 트로피를 휨쓸었다. 특히 지난 4월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으로 호명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에서는 1957년 영화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의 두 번째 수상이었다.


윤여정은 '한국인 최초 오스카 첫 연기상' 수상 결과에 대해 기뻐하면서도 솔직한 소감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윤여정은 "최고, 1등 이런 말이 참 싫다. 그냥 그런거 없이 같이 잘 살고 싶다.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나. 앞으로 살던대로 살겠다. 내가 상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 되는건 아니다. 나이 먹으니까 대사 외우는게 힘들어진다. 남한테 민폐 끼치는 건 싫으니까 그 때까지 열심히 일을 하다 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미나리'는 국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3월 개봉한 이 영화는 60일 만에 100만 관객에 돌파하며 올해 세 번째로 100만을 기록했다.


ⓒ롯데 엔터테인먼트

◆ 외화 공세 속 한국영화 체면 지킨 '모가디슈' '싱크홀'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의 연도별 박스오피스(12월 21일 기준)에 따르면 올해 흥행 순위 10위권 내 이름을 올린 한국 영화는 '모가디슈'와 '싱크홀', 단 2편이었다. '모가디슈'는 361만 관객으로 올해 개봉작 중 최고 흥행작이 됐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사람들의 생존을 건 탈출을 그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류승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작품은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 최다관객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미술상, 인기스타상 6관왕에 올랐으며 제30회 부일영화상, 영화평론가협회상,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부일영화상 등에서 작품상을 휩쓸었다.


'싱크홀'은 219만명으로 연간 박스오피스 6위에 랭크됐다. '싱크홀'은 11년 만에 마련한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재난 영화로, 초대형 싱크홀이라는 소재로 주목 받았다.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등이 주연을 맡았다.


'모가디슈'와 '싱크홀'이 개봉할 당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여름 시장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상영관협회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이 소속된 한국상영관협회는 제작비 100억원 이상이 투입된 '모가디슈'와 '싱크홀'을 지원작으로 선정, 총 제작비 50%를 보장하는 지침을 결정했다.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크루엘라'까지, 할리우드 영화 강세


올해, 외화들의 공세는 어느 때보다 거셌다. 지난해 개봉하지 못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잇따라 개봉하며 올해 박스오피스 흥행 순위 10위 권 내 8편이 할리우드 작품이다. 지난 15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단숨에 흥행 순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22일 기준 318만명을 기록하며 '모가디슈'의 올해 최고 흥행작 타이틀을 위협하고 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홈'은 개봉 첫 날부터 63만명을 기록해 올해 개봉 영화 중 최다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으며 개봉 이틀 만에 100만을 넘어섰다.


11월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정책이 시행되고 마동석이 출연한 마블 스튜디오 영화 '이터널스'가 318만명으로 3위, 5월 개봉했던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마블 영화 '블랙 위도우'가 296만으로 4위, 40만 명이라는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292만명으로 5위,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이 215만명으로 7위, '베놈:렛 데어 카니지'가 212만명으로 8위, '소울'이 204만명으로 9위, '크루엘리가'가 198만명으로 10위를 기록했다.


◆ OTT 영화 등장, 이제는 극장 영화와 공존


'승리호'가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일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다 지난 2월 넷플릭스에서의 공개를 결정했다. '승리호'는 개봉 직후 전세계 60개국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낙원의 밤', '새콤달콤', '제8일의 밤'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고, '서복'은 국내 최초로 극장상영과 티빙에서의 동시 공개라는 결정을 내놨다. 이후 '미드나이트' 역시 같은 방법으로 관객과 만났고 해피 뉴 이어' 역시 29일 대기 중이다.


적지 않은 작품들이 OTT행을 택하자, 국내 영화계의 태도도 유연하게 변화했다. 초반 OTT가 영화의 대체가 될 수 없다라고 외쳤지만 영향력이 커지자 공존의 시각으로 바라봤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온스크린 섹션을 신설해 OTT 영화를 적극적으로 품는 결정을 했다. 또 '승리호'를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했다. 또 춘사영화제는 '승리호'의 조성희 감독상을, 송중기에게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건넸다. 영화제들은 극장 개봉 영화와 나란히 OTT 영화 '승리호'를 후보 대상으로 포함시키며 한국 영화의 역사와 전통 위에 새로운 시대를 반영하는 시도를 지속할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했다.


◆ 봉준호 감독→이병헌, 칸에서 빛난 국내 영화인들


지난 7월 2년만에 성공적으로 개최된 제74회 칸 영화제에서 국내 감독과 배우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봉준호 감독식이 개막을 선언했다. 봉준호 감독은 "여러분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까 영화제가 끊어졌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영화제는 멈춘 적이 있었을지라도 영화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칸영화제 경쟁 부문 최다 진출 배우라는 기록을 가진 송강호가 배우로서 전도연에 이어 2번째로 경쟁 부문 심사위원에 위촉됐고 이병헌은 대한민국 배우로는 최초로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하이라이트인 경쟁부문 시상자로 낙점돼 폐막식을 장식했다.


또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은 비경쟁 부문, 홍상수 감독의 신작 '당신 얼굴 앞에서'는 올해 신설된 칸 프리미어 부문에서 상영됐다.


◆ 코로나19 장기화…벼랑 끝에 선 영화 산업


코로나19와 처음으로 마주한 지난해보다 올해는 관객 수가 소폭 상승했다. 2020년 1월 부터 11월까지 관객수는 4124만 1525명이었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5202만 7121명이었다. 코로나19 재확산에도 할리우드 영화들의 예정된 개봉 일정과 11월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이 시행되면서 지난해보다 나은 상황이 됐다.


그러나 다시 극장가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지난 7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극장 운영 시간이 제한됐던 악몽이 다시 한 번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과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등장에 12월 18일부터 다시 극장 운영 시간이 오후 10시로 제한됐다.


이에 21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국상영관협회를 비롯해 각 극장사,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수입배급사협회 등 영화단체 소속 영화인들이 ‘영화업계 정부지원 호소 결의 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영화업계가 정부의 방역 강화 조치로 영화산업이 무너져가고 있다며 정부에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영화인들은 ▲극장 영업시간 제한 즉시 해제 ▲코로나19 이후 영화 업계 전반의 피해액 산정 및 손실 보상 ▲정부 주도의 배급사 대상 개봉 지원 정책 추진 ▲임차료 및 세금 감면 혜택 등 무너져가고 있는 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을 강조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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