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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22-유통] 식품업계, 내수시장 극복에 ‘안간 힘’, 정부차원 ‘날개’ 달아줘야


입력 2022.01.05 07:03 수정 2022.01.05 08:56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꺼진 불씨 살리려 '대중소 상생협약' 도입했지만

투자·경쟁 없어…시장 보호는커녕 역성장 초래

골든타임 놓쳐 대기업 외면…"동반침체 가져온 꼴"

“정부 지원 확장돼야”…수출 규모 증가·제품 다양화로 직결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막걸리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식품업계가 내수시장 극복을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인구절벽’ 현실화와 함께 식품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어서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규제 족쇄를 풀고, 기업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 식품기업의 경쟁력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외형은 성장하고 있지만 실익은 줄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높은 원가에 따른 마진 약화, 영세한 구조의 고착화 등이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규제 위주의 정부 정책이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식품 시장의 육성과 글로벌 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대규모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규모 있는 식품기업을 가로막는 규제가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2010년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막고, 중소기업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3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의를 통해 대기업의 사업철수 내지는 확장이 어렵게 된다.


물론 적합업종 제도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권고사안이다. 하지만 적합업종 품목을 지정하는 협의체인 동반성장위원회는 적합업종 권고 미이행시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대기업들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관련 기업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으로 인해 시장 전체의 위축을 가져온 사례를 경험했다. 막걸리가 대표적인 예다.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가 막걸리를 중소기업 적합품목으로 지정하면서 막걸리 사업의 몰락이 시작됐다.


당시 영세 막걸리 업체들은 “영세한 산업을 지키기 위해 대기업의 진출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막걸리 제조를 중소기업 적합품목으로 지정했다. 이로 인해 시장에 진출했었던 CJ제일제당, 오리온 등 식품 대기업들은 관련 설비 등을 모두 처분하고 사업을 정리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이후 막걸리 사업은 하향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2015년 1월 제외됐지만, 대기업의 참여와 투자가 사라지면서 국내 막걸리 시장은 현재까지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막걸리 인기가 추락하면서 중소 업체의 경영난 역시 급속도로 가중됐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두부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중소기업 적합업종 다음 단계인 ‘생계형 적합업종’의 지정도 식품산업의 영세성을 고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부는 2019년 5월 영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을 마련했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5년간 대기업이 이 분야 사업을 확대하거나 진입할 수 없다. 위반하면 매출의 5%까지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앞서 권고 사안이었던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비해 법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대표 품목으론 장류, 두부, 김치 등이 있다.


식품업계는 이러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결국 제품 개발과 해외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의 대표 제품으로 키울 수 있는 품목임에도 R&D 투자 등이 위축되면 사업 확장에 자연히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소상공인 보호라는 실효성에도 물음표가 뒤따른다. 법 취지가 소상공인 보호이지만 이들 제품은 매우 영세한 수준으로 기업 제품과 시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산업 자체를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는 지원 정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식품업계 한 전문가는 “식품산업은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면서 내수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중요한 산업임에도 정부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만 펴고 있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식품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항변했다.


서울 도봉구 창동 하나로마트에서 소비자들이 가정간편식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뉴시스

해외 시장에서의 판로 개척도 어렵다. 까다로운 수출 기준이 주범이다.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별 충족해야 하는데 성분과 규격은 물론, 안전 및 위생 등의 기준이 달라 수출 확대를 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축산물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선 우리나라와 상대국이 ‘위생협정’을 맺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구제역·돼지콜레라·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포함한 가축 전염병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수입을 원하는 국가가 드물다.


이 때문에 일부 부위를 제외한 축산물과 육류를 활용한 가공식품(간편식) 수출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육류를 활용한 가공식품의 경우엔 별도의 협정과 승인을 거쳐야 하지만 수출 가능 국가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정부의 지원을 통해 수출이 성사된 사례도 있다. 롯데푸드가 캔햄 '런천미트'를 싱가포르에 수출하게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20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싱가포르 식품청(SFA)의 김천공장 점검을 설득해 수출 허가를 받는 성과를 이뤘다.


싱가포르는 해외 육가공품의 수입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어 기존에는 한국산 돈육 제품의 반입이 금지돼 있었다. 하지만 육가공 업계의 성장과 기업의 원활한 수출을 돕기 위해 나선 식약처와 농림부의 적극 행정에 힘입어 최근 문이 열렸다.


이에 앞서 2020년 2월엔 23년간의 노력 끝에 국내 하림 공장에서 생산한 삼계탕 간편식을 캐나다에 수출하는 기회를 열기도 했다. 캐나다 삼계탕 수출은 식약처와 농식품부가 공동으로 캐나다 식품검사청(CFIA)과 지속적인 협의과정에서 이뤄낸 성과로 알려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저출산이나 규제 등 갈수록 국내 시장에 한계가 분명해 해외시장 개척이 필요한데 식품특성상 규제나 관습 식습관 차이 등이 커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부분을 정부 차원에서 도움을 준다면 제품 수출확대와 흑자 전환의 주요 발판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택 2022-유통] 외식업계, 맞춤형 정부지원 절실…“두텁고 넓게 지원해야”>에서 이어집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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