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받으면 수사 대상자 있는 단톡방 참가자 전화번호 확보 가능
'단톡방 다수 운용' 정치인·기자 조회 사례 많을 수밖에
사찰 논란의 빌미가 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가 카카오톡 통신영장 집행 때문에 불거진 것으로 드러났다.
영장 대상자가 있는 카톡방에서 대화가 이뤄졌다면 참여자 전체의 휴대전화 번호를 수사기관이 확보할 수 있어 '단톡방'(단체 카톡방)을 다수 운용하는 정치인이나 기자의 조회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
29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진행 중인 각종 수사와 관련한 통신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받으면서 통신사뿐 아니라 카카오 압수수색 허가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카카오는 수사기관이 특정 시기를 지정해 영장을 제시하면, 대상자가 속해 있는 대화방 참여자의 전화번호와 로그기록 등을 제공한다.
해당 정보는 영장 대상자의 데이터 사용을 토대로 수사기관 요청 범위에서 제공되며, 대화 내용은 서버에 2∼3일간만 저장되고 삭제되기 때문에 별도로 제공되지 않는다. 카카오는 전화번호의 주인이 누군지까지는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이동통신사에 '통신자료 조회'로 인적사항을 확인한다. 이때는 영장이 필요 없다.
이러한 수사 기법은 경찰,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서도 통상적인 절차라고 한다. 통화뿐 아니라 카톡을 무대로 벌어지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음성통화뿐 아니라 카톡 영장까지 함께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수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러한 수사 방식을 고려하면 사찰 논란으로 뭇매를 맞는 공수처의 무더기 통신자료 조회도 대부분 설명이 된다. 공수처는 지난 24일 논란에 유감을 표명하며 "사건관계인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지만 '통화를 하지 않았는데도 조회가 됐다'는 사례가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일단 이날 오전까지 원내 105명 중 70명에 대한 통신조회가 확인된 국민의힘은 원내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단톡방을 카톡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고발 사주' 의혹으로 국민의힘 김웅·정점식 의원이 입건됐고, 이들에 대한 영장이 발부됐을 것이므로 원내 의원 105명 전원의 전화번호가 카카오에서 공수처로 제공됐을 수 있다.
두 의원은 이외에도 정치권 인사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단톡방에 속해 있을 개연성이 커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조회가 이뤄졌을 수밖에 없다.
기자들에 대한 대규모 조회 역시 마찬가지다. 기자들은 통상 출입처의 공지문 배포 등을 위해 여러 개의 단톡방에 참여하는데, 이 대화방 안에 법원 영장 대상자가 있었다면 역시 전화번호가 제공된다.
실제로 공수처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진 기자들은 다른 언론사 기자 100∼200여명이 있는 복수의 단톡방에 참여하고 있다. 이 단톡방에는 해당 부처 대변인 등 홍보 관련 공무원도 들어가 있다.
기자들의 가족이나 지인의 조회 역시 마찬가지다. 조회 기간에 가족·지인과 대화를 했다면 모두 공수처에 전화번호가 제공됐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