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사회적 거리두기 최소 2주 연장 합의 예상
외식업계 좌절…"공식 발표 이후 집단 행동 나설 것"
정부가 31일 ‘고강도 거리두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로 외식업계 연초 소비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관련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소 2주간 연장하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중환자실 가동률과 위중증 사망 지표가 호전되는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서 당정간 합의가 이뤄졌다.
최근 신규 확진자는 일주일 전 같은 요일보다 2000명 이상 줄고, 주간 확진자 규모도 두 달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위중증 환자는 또다시 최다를 기록했다. 방역 의료 체계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고강도 거리두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문제는 경제다. 현 거리두기 연장시 소상공인 영업 피해는 불가피하다. 이에 대면소비 회복은 더욱 더뎌질 수 밖에 없다. 올해까진 정부가 재정을 풀어 버텨왔지만 코로나19가 내년에도 지속되면 재정 건전성 문제 등으로 정책수단이 고갈되며 경기침체가 가속화 될 수 있다.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9일 식당 등 영업제한시간을 현행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연장할 가능성에 대해 “연장은 어렵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오후 9시와 10시 차이가 크다. 오후 10시까지로 풀어주면 유동인구가 90%가 더 많아진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외식업계는 좌절하고 있다. 또 다시 일상 회복의 시계가 멈출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들 종사자들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는 이견이 없지만, 매출 타격을 또 다시 견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이유로 망연자실 하고 있다.
특히 정부를 향해 불합리한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역패스 인증 도입 등 방역 협조에 힘을 썼음에도 또 다시 정부가 자영업자만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오락가락하는 정부 지침으로 지칠대로 지쳤다는 불만도 뒤따른다.
자영업자 강모(40대)씨는 “손실보상금이니 재난지원금이니 자영업자들에게 더 큰 특혜를 달라는게 아니라 정상 영업만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게 요구사항”이라며 “오는 손님 막게 하고 가게 문도 닫게 하니 폐업하라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와 정부 간 대립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종료없이 거리두기 조치 연장만 2년째 거듭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 강력한 지침이 끊임없이 추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종료 여부 역시 명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도 의견을 좁히지 못하는 주요 요소로 통한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상권이나 매장 면적 등 임대료 등에 따라 피해 규모가 각기 다른데 일괄 지급은 경영난 해소에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참다못한 자영업자들은 직접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거리두기 정책에 반발하며, 방역패스 적용 확대 등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냈다. 정부의 거리두기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불을 끈 채 영업하는 ‘소등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오호석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공동대표는 “얼마 전 국무총리를 만나 영업시간 제한에 대한 문제점을 얘기하는 자리에서 방역체계에 대한 재점검을 통해 맞춤형 정책을 펼치고, 영업시간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 하겠다 라는 약속을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 공식발표 이후에나 우리 입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불복운동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회원들과 집단 휴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1월3일까지 찬반 토론을 나눈 뒤 자세한 계획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피해 부문의 소비 회복세를 통해 내수 충격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내년 세출예산 497조7000억원 중 73%인 363조5000억원을 상반기 집행해 경제위기를 조속히 탈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소상공인 매장에서 카드를 쓰면 추첨을 통해 10만~100만원의 당첨금을 주는 '소비복권'(상생소비더하기) 사업을 내년 2분기 한시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사업예산 15억원은 2022년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운용계획에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소비 금액 기준을 낮게 잡아 큰 돈을 쓰지 않는 국민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가 차원의 상생소비더하기 사업이 지역 경제·골목상권에 대한 국민 관심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소비진작책이 큰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그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코로나19로 한차례 중단됐던 8대 소비쿠폰 등 ‘내수활성화 대책 사업’을 이어왔음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촉진 정책의 경우 ‘위드코로나’가 시행되고 있다는 가정이 전제돼야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위축된 소비력을 증진시키고 ‘v’자 반등을 하기 위해서는 대면보다 비대면에서 소비를 어떻게 늘릴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무작정 거리두기를 완화하라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바람직한 방역체계를 통해 확진자 수를 줄이고 영업 제한을 완화해 장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등 고정비용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