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대위·원내지도부 '총사퇴'
새시대준비위도 사실상 형해화
김종인 "누가 저질러 발동 걸어야"
윤석열 "선대위 쇄신, 빠르게 결론"
대선 64일을 남겨둔 국민의힘이 중앙선대위를 전면 해체하며 인적 쇄신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불씨를 당긴 인적 쇄신에 윤석열 후보가 장고에 돌입하면서, 인적 쇄신의 결과물과 여론의 반응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와 원내지도부, 후보 직속의 각종 기구 등은 3일 사실상 전면 해체됐다. 김종인 위원장이 이날 오전 7시 전략점검회의에서 '선대위 전면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든데 이어, 오전 9시 중앙선대위원회의에서 이를 공론화했다.
윤석열 후보는 지상파 3사와 종합일간지 등이 보도한 새해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연전연패하자, 큰 충격을 받고 전날 김종인 위원장과 타개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차례의 만남에서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은 인적 쇄신의 폭과 범위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이튿날인 이날 윤 후보가 한국거래소 현장 일정 중인 틈을 타 김 위원장이 전격 공론화를 해버린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최근 나온 여론조사 등을 보면 상황이 그렇게 간단한 여건이 아니다"며 "누구 하나 저질러서 발동을 걸지 않으면 선대위 개편이라는 게 시간만 끌어질 것 같아서 그냥 오늘 아침에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인적 쇄신론'의 불씨가 당겨지자 상임·공동선대위원장단 전원과 이른바 '6본부장'이라 불리는 총괄본부장단 전원은 이날 오후까지 윤석열 후보에게 사의를 밝혔다. 한때 '인적 쇄신' 불씨를 당긴 김종인 위원장도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후 김 위원장은 사퇴하지 않는 것으로 정정됐다.
원내지도부도 사퇴 대열에 합류했다.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의 일원으로 무한책임을 지겠다"며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4월 30일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김 원내대표의 임기는 1년으로 오는 4월말까지 재직할 예정이었다.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의총에서 의원들은 원내지도부를 재신임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김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밖에 소재한 후보 직속의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도 형해화됐다. 신지예 수석부위원장이 영입 2주만인 이날 오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데 이어, 김한길 위원장도 오후 사의를 표명했다.
한국거래소에서 돌아온 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당사에서 대책 회의를 가진 윤석열 후보는 약 11시간만에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 빠른 시일 내에 선대위 쇄신에 관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빨리 결론을 내려 우리 선대위에 쇄신과 변화를 주고 새로운 마음으로 심기일전해서 선거운동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4일에도 하루 종일 별도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선대위 쇄신에 관한 의견 수렴과 고심을 이어갈 예정이다.
'인적 쇄신' 데드라인로 오는 5일 제시
총괄본부 만들어 의사결정 일원화할듯
결국 여론이 어찌 받아들이냐가 관건
尹 하락세 멈춰세우는게 성패 시금석
인적 쇄신의 방향을 전망한다면 일단 새시대준비위 등 후보 직속의 외곽 조직들은 일괄 철폐되고, 중앙선대위를 중심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일원화하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김 위원장 직속의 총괄상황본부가 윤 후보의 모든 일정과 메시지를 통제·관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후보는 신지예 수석부위원장이 이준석 대표를 탓하며 사퇴했음에도 '사퇴의 변'에 관한 평가나 만류 없이 사의를 즉각 받아들였다. 윤 후보는 SNS에 "애초에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내 잘못"이라며 "청년세대에 큰 실망을 준 것을 자인한다"고 해서, 사실상 신 부위원장 영입을 '실패'로 결론냈다.
이에 책임을 통감하는 형태로 김한길 위원장의 사퇴가 뒤따른 만큼, 새시대위가 부활하기는 어려워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인적 쇄신'의 방향타를 잡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이 그간 새시대위의 활동에 대해 "정계개편설로 원외당협위원장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던 점도 감안해야 한다.
김종인 위원장은 "필요없는 조직이 붙으면서 쓸데없는 경쟁 관계가 돼서 마찰이 빚어졌다"며 "소위 새시대준비위원회라는데서 영입한 인사 하나가 오히려 선거에 마이너스 효과를 주는 일들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면 '인적 쇄신' 이후에 김종인 위원장과 새시대위가 양립하기는 어려워보인다는 관측이다.
불씨가 당겨진 '선대위 인적 쇄신'의 데드라인으로 김종인 위원장은 오는 5일을 제시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총괄본부를 만들어 총괄본부가 후보와 관련한 모든 상황을 직접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가려 한다"며 "질질 끌면 선거운동 자체가 차질을 빚기 때문에 내일모레 사이에 끝을 낸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선대위 인적 쇄신'의 성패는 결국 국민여론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
애초부터 쇄신 자체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의해 촉발됐기 때문이다. 배우자 김건희 씨의 대국민사과에도 윤 후보의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급기야 새해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밖까지 열세 폭이 확대되기에 이르자 '인적 쇄신 외에는 백약이 무효'라는 판단 아래 '극약처방'이 동원된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오늘부터 불이 붙은 국민의힘의 '인적 쇄신'을 국민들이 뼈를 깎는 절박한 노력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혼란과 내홍으로 인식할 것인지에 달렸다"며 "선거에서는 지지율이 깡패다. 윤 후보의 하락세를 멈춰세울 수 있느냐가 '인적 쇄신'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