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덮친 카카오페이‧오스템임플란트 논란
개인 투자자들, 주가하락‧거래정지에 '울분'
"대표님, 꼭 그렇게 다 가져야만 속이 후련합니까."
"영진이형(카카오페이 대표) 나가 있어, 다치기 싫으면."
12일 한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경영진 리스크'가 잇따라 터지면서 투자자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상장 한 달 만에 경영진의 주식 매각으로 '먹튀' 논란이 불거졌고, 오스템임플란트는 2200억원 규모 횡령사태가 '부실 경영'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만해도 국내 대표 혁신기업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카카오는 '공공의 적'으로 내몰린 상황이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카카오페이 주식에 대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논란을 빚으면서 대형 경영진 리스크를 터트렸기 때문이다.
앞서 류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은 지난해 12월 10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877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경영진의 지분 매각이 불법은 아니지만, 책임 경영을 해야 하는 이들이 주식을 대거 내다 팔자 주가는 고꾸라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0일 24만8500원이었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14만원대로 추락했다.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4만9500원에 마감하며 새해 첫 거래일인 3일(17만6500원) 보다 2만7000원 빠졌다.
'경영진 리스크'에 개미들 "다 토해내라" 울분
결국 류 대표는 지난 10일 자진사퇴를 선언했지만, 시장으로 번진 논란의 불길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였다. 불똥은 카카오그룹 전반으로 튀며 카카오 주가는 새해 들어 6거래일 동안 14.13% 급락했고, 시가총액은 7조1000억원이 증발했다.
카카오뱅크는 새해 첫 거래일인 3일 5만9100원에서 시작해 이날까지 8000원 넘게 빠지며 금융대장주 자리를 KB금융에 내줬고, 카카오게임즈도 9만3000원에서 7만원 초반대까지 하락했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온라인 카페 등에서 "수백억 챙기고 대표직 사퇴하면 그만인가. 그대로 다시 사들여라", "네들 배부를 때 개인투자자들의 눈물은 생각해봤냐", "개미들이 키워줬더니 개미 등에 칼을 꼽고 잘 살 수 있겠나. 앞으로 개미들은 단 1원도 카카오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 울분을 쏟아냈다.
대규모 횡령사태가 발생해 주식거래가 중단된 오스템임플란트도 경영진의 공모 의혹과 함께 과거 대주주의 횡령혐의 사실까지 회자되며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오스템임플란트가 부실한 경영 시스템을 노출한데다 과거 최규옥 회장이 횡령 사건으로 실형을 받는 등 잠복된 경영진 리스크가 터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수사 범위를 최 회장과 엄태관 대표로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배경에는 경영진의 모럴헤저드 문제도 한자리를 하고 있다"면서 "대형 상장사에 대규모 횡령 사건이 나오고, 먹튀논란이 있는 것은 우리 자본시장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