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40% 벽 앞에서 여전히 횡보
'경제대통령' 띄웠지만 효과 미지수
내홍 봉합 윤석열, 하락세에 제동
안철수 반사효과, 野 단일화 급부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40%의 벽을 좀처럼 뚫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상승세를 마감하고 하락하는 등 조정기에 들어간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경제대통령’ 이미지와 ‘탈모 치료 건강보험 확대’ 등 마이크로타겟팅 공약으로 중도확장을 노리고 있지만, 아직 큰 변화는 없는 형국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상 4자 대결에서 이 후보는 37%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1%p 포인트 상승하긴 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6%에서 31%로 5%p 상승해 추격 국면에 들어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2%p 오른 17%를 기록하며 야권 지지층 저변을 넓혔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0~11일 전국 유권자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상 대결에서는 윤 후보(39.2%)가 오차범위 내에서 이 후보(36.9%)를 여전히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0~21일 실시된 같은 조사와 비교하면 윤 후보는 0.9%p, 이 후보는 0.1%p 각각 하락한 결과다. 해당 기간이 윤 후보가 국민의힘 내홍으로 자중지란에 빠지고, 이 후보의 상승세였음에도 지지율 변화는 거의 없었던 셈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7~8일 실시한 정례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전주 대비 3.4%p 포인트 하락한 37.6%를 기록했다. 지난주 41%를 기록하며 40% 안착을 기대했으나 다시 30%대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윤 후보도 1.9%p 하락하며 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 1위 자리 수성에는 성공했으나, 안 후보(15.1%)가 5.9%p 상승하며 양당 후보의 하락세에 반사효과를 가져갔다.
이는 2주 전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다. 새해 초만 해도 국민의힘 내홍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후보의 실책이 겹치며 이 후보의 상승세가 두드러졌었다. 일부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두 자릿수 이상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가 하락한 것”이라며 겉으로 표정 관리를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끝난 게 아니냐’며 승리를 자신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반사효과를 안 후보가 누리고, 이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기에 들어서며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야권 단일화’라는 메가톤급 의제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이 후보 지지율은 윤 후보와 안 후보 지지율 합계를 밑돌고, 정권교체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야권 단일화와 정권교체 여론이 결합한다면 민주당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송영길 대표가 ‘이재명 당선도 정권교체’라는 취지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당내 역풍만 맞았다. “이재명 후보도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을 받았다”는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심지어 “‘송 대표가 아니면 (이 후보 지지율이) 40%를 돌파했을 것이다’라는 말도 있다”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북한 미사일, 젠더 갈등, 이병철 사망에 묻힌 '경제' 행보
지지율 상승을 이끌 특별한 모멘텀도 현재까지는 희미하다. 지난 11일 ‘신경제’ 정책을 발표하고 10대 그룹 CEO들과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경제대통령’ 행보를 이어갔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젠더 이슈가 부상하며 묻혔다. 무엇보다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했던 이병철 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며 국민들의 관심은 ‘대장동 게이트’에 집중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업체의 관계자는 “김건희 7시간 녹취록 사건으로 맞불을 놓은 효과를 보며 민주당이 급한 불은 껐을지 몰라도 이 후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가기는 어렵다”며 “양당 후보의 높은 비호감도는 마지막까지 중도층 표심 확장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당 내에서는 현재 구도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인식이 다수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오히려 “벌써 너무 지지율이 높으면 내부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고 했다. 도덕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둘 다 문제가 있고 능력은 한쪽이 났다. 그게 지지율 차이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번 대선의 압도적 이슈는 경제와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주도하는 거대 담론이 없다는 지적에는 “필요 없다”고 했다.
민주당 선대위의 관계자는 “설 연휴가 지나면 국민들은 각 후보들이 내놓은 비전과 정책에 대해 관심을 더욱 갖게 될 것”이라며 “기본소득이나 성평등과 같은 거대 담론보다 민생을 챙기는 정책으로 차분히 점수를 챙기면 지지율은 결국 따라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