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들, 28∼34층서 사고 가능성 커…잔해와 낭떠러지·기울어진 타워크레인 '위험'
타워크레인, 작업중지권 발동돼 16일 해체 무산…추가 크레인 조립 작업 한창
이르면 21일 마무리 작업…크레인 해체 작업이 수색·구조 작업의 분수령
경찰, 9명 추가 입건·납품업체 10곳 압수수색…부실정황 진술 확보, 합동감식 세부일정 못잡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발생 7일째, 아직 실종자 5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수색 작업이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작업중지권' 발동돼 타워크레인 해체가 무산되는 등 본격적인 수색·구조 작업은 오는 21일 타워크레인을 해체한 이후에야 가능해 수색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는 17일 아침 7시 30분부터 특수구조대 인력 74명, 중장비 34대, 인명 구조견 8마리, 드론 5대 등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을 재개했다. 구조대 안전 확보 문제로 접근이 제한 구역에 대해서는 드론과 열 화상 카메라, 내시경 등 비인명 수색 장비를 투입했다.
대책본부는 전날 지상층 일부와 지하층을 수색했지만 14일 지하 1층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60대 김모씨를 제외하곤 실종자가 추가로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실종자들이 28∼34층에서 창호, 소방설비 공사 등을 맡고 있어서 고층부에서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지하 4층·지상 39층 건물 중 23∼38층은 층층이 무너져 있어 내부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층부는 잔해와 낭떠러지 때문에 내부도 위험하지만 높이 145m의 타워크레인이 기울어진 상태로 건물에 기대어 있어 외부도 위험한 상황이다.
당초 대책본부는 타워크레인을 16일 중으로 해체할 계획이었지만 전날 사고 현장을 둘러본 해체 작업자들이 '작업중지권'을 발동하면서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브레싱(건축물 고정 지지 설비) 가운데 하나가 파손돼 붕괴 건축물에 비스듬히 기대어 추가 붕괴 위험 요인이 되고 있는 타워크레인을 해체하기 위한 작업이 중요하다"며 "무너져 내린 201동 건물에 10여도 가량 비스듬이 기대어 있는 타워크레인이 수색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는 만큼 크레인 해체 작업이 수색·구조 작업에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워크레인 해체를 위한 추가 크레인 조립 작업도 한창이다.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에 동원될 1200t급 크레인 1호기는 막바지 조립 중이다. 같은 규모의 2호기 크레인은 늦어도 18일까지 조립을 마친다.
사고대책본부는 1200t 크레인 2대, 기존 현장에 설치된 250t·200t·100t 크레인 각 1대 등 모두 5대를 투입해 붕괴 건물에 비스듬이 걸쳐 있는 타워 크레인을 해체할 방침이다. 이 크레인은 타워 크레인 전도·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 설비를 설치하는 데 투입된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타워 크레인 해체는 이르면 오는 21일께 마무리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경찰은 붕괴사고 관련자 9명을 추가 입건하고, 신축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업체 10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광주경찰청)는 업무상 과실치사,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9명을 추가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현대산업개발 공사부장 등 안전관리 책임자 5명과 하도급업체 현장소장 1명은 인명피해가 난 안전사고를 초래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 등)를 받고 있다. 감리 3명은 사고 당시 현장을 지키지 않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건축법 위반)이다.
또한 경찰은 지난 14일 실종자 1명이 사망한 상태로 수습됨에 따라 이번 사고 최초 입건자인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A(49)씨에 대해 기존 건축법 위반 혐의 이외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현재까지 이 사고와 관련한 형사 입건자는 총 10명이다.
아울러 경찰은 하청업체 3곳, 현산 현장사무소와 감리 사무실 등 3곳을 이미 압수수색해 확보한 증거물을 비교 분석 중이다. 이날 오전에는 해당 아파트 신축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업체 10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며 불량 자재 납품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원인 조사의 가장 중요한 과정인 합동감식은, 현재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이 진행 중으로 세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수사본부 관계자는 "초기 수사 단계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으나 혐의가 규명된 이들을 순차적으로 입건할 방침"이라며 "붕괴에 책임이 있는 관련자들은 반드시 상응한 처벌을 받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각종 부실시공 정황을 가리키는 진술들도 확보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최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직전까지 37층에서 설비 공사를 했던 근로자 A씨 등 2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A씨 등은 조사에서 "설비 작업을 하는데 갑자기 천장에서 콘크리트 균열 소리가 들렸고, 놀라 서둘러 대피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 등의 진술을 토대로 '무량판 구조'로 짓던 화정 아이파크 내부에 이른바 '동바리'라고 부르는 지지대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정황 등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층 콘크리트 양생(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 기간이 최소 5일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된 작업일지도 공개됐다. 겨울철에는 양생 기간이 2주가량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