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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평범한 첫사랑 서사?…‘그해 우리는’, MZ세대 위한 섬세한 변주


입력 2022.01.18 14:02 수정 2022.01.18 09:14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그해 우리는’, 시청률 꾸준히 상승세

넷플릭스에서도 뜨거운 반응

이미 수많은 영화, 드라마가 반복했던 첫사랑 로맨스가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서툴지만, 풋풋하고 또 애틋했던 당시의 기억을 소환한 ‘그해 우리는’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주며 호평을 받고 있는 것. 첫사랑과의 재회라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서사지만, ‘지금’ 청춘들의 이야기를 지금의 방식에 맞게 선보이면서 한 편의 세련된 첫사랑 드라마를 탄생시키고 있다.


ⓒSBS

각종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멜로 드라마도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여러 시도들을 하곤 한다.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너는 나의 봄’처럼 멜로에 스릴러를 결합해 장르적 변주를 시도하는가 하면, 데이트 폭력과 가스라이팅 등 연애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 하이퍼리얼리즘 드라마 ‘알고있지만’이 시청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최근 방송된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사랑이 아닌 이별을 소재로 하며 여느 드라마와 차별화를 강조했다.


이 가운데 SBS 드라마 ‘그해 우리는’은 장르 결합도, 눈에 띄는 설정도 시도하지 않은 정석적인 첫사랑 로맨스를 표방하며 최근 흐름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일상적인 이야기로 공감을 유발하는 작품을 선호하는 시청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시절 풋풋한 연애를 했던 최웅(최우식 분), 국연수(김다미 분) 커플이 10년이 지난 후 다시 재회한다는 이야기는 다소 평범하게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하듯 시작은 무난했다. 3.2%의 시청률로 출발한 ‘그해 우리는’은 지금의 청춘들을 디테일하게 반영하면서, 동시에 이것을 세련되게 담아내는 섬세한 변주를 통해 차별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과몰입’한 시청자들의 입소문이 작품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먼저 고등학교 시절 전교 1등이었던 국연수와 꼴찌였던 최웅은 전교 1등과 꼴찌가 한 달간 짝꿍을 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며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서로에게 스며드는 이야기 자체도 물론 흥미가 있었다. 다만 다소 무난할 수 있었던 이 이야기를 능숙하게 영상으로 자신의 일상을 남기고, 또 이것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되고 화제를 모으는 일련의 과정들과 함께 담아내면서 익숙함과 재미를 한층 고조시킨다.


어른이 돼 다시 만나게 된 이후 역시도 마찬가지다. 전교 1등이었던 국연수는 직장인이 돼 팍팍한 현실을 견디고 있으며, 꼴찌였던 최웅이 자신의 예술적 기질을 발휘해 유명한 아티스트가 돼 있었다. ‘너와 나의 현실이 같지 않다’라는 열등감 때문에 이별을 결심했던 국연수를 통해 팍팍한 청춘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그해 우리는’에서 이들의 역전된 상황이 심각한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해 우리는’은 극적인 상황을 통해 그들의 갈등 상황을 부각하기보다는 두 사람의 감정에 오롯이 집중하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끌어내고 있다. 무겁고, 지지부진한 전개보다는 가볍고 빠른 전개를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다큐멘터리가 적합한 방식이 되기도 했다. 드라마 초반 다큐멘터리 촬영을 통해 관찰자 입장에서 그들을 지켜보게 한 ‘그해 우리는’은 애틋한 서사를 담담하고 담백하게 전달하며 오히려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국연수의 당찬 성격은 물론, 그들이 헤어짐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독백과 나레이션을 통해 지루함을 상쇄시켰다. 다큐멘터리에서 인터뷰를 하듯이 시청자들에게 자신들의 마음을 털어놓는 방식은 신선하면서도 그들의 속내를 빠르게 전달하는 한 방법이 됐다. 다큐멘터리 촬영이 끝난 지금도 독백과 나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 ‘그해 우리는’만의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빠른 전환과 전개를 이어나가고 있다.


3%대의 시청률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현재 5%를 돌파하며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일으키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도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빅오션이엔엠에 따르면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기준 방송 시작 2주 만에 상승세를 보인 ‘그해 우리는’은 한국 넷플릭스 TOP 10 콘텐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현재도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이 외에 넷플릭스 글로벌 10위권 내에도 진입한 바 있으며, 일본,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5위권에 진입한 바도 있다.


결국 ‘그해 우리는’은 이미 수차례 본 것 같은 첫사랑 이야기도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충분히 세련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맞게 섬세한 변주를 가한 것이 과몰입을 유발하며 입소문을 유도하기도 했다. 탄탄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세련된 연출까지. 3박자가 어우러진 첫사랑 드라마 ‘그해 우리는’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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