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 위반 부지급건으로 판단
1년여 만에 기관경고 제재안 확정
암보험 고객에 대한 보험금 미지급으로 논란을 빚은 삼성생명이 끝내 중징계를 면치 못했다.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던 금융위원회가 1년여 만에 제재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금융감독원장에게 결정 권한이 있는 기관경고에는 결국 손을 대지 않으면서 기존 징계안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번 제재로 삼성생명의 신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자회사인 삼성카드에까지 불똥이 튀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정례회의에서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 암입원 보험금 부지급 등 보험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와 임직원 제재, 1억55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조치안 심의과정에서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자문내용 등을 고려해 삼성생명의 보험금 부지급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근거에 기초했는지 판단하고자 금융감독원이 개별 지적한 건에 대한 의료자문을 진행했다.
아울러 소비자 보호 필요성과 의료자문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 검사결과 지적된 총 519건 중 496건에 대해 약관상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한 입원'에 해당한다고 금융위는 판단했다. 즉 보험업법령 등을 위반한 부지급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또 금융위는 삼성생명이 대주주인 외주업체와 용역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체상금을 미청구한 건에 대해 조치명령을 부과했다. 삼성생명의 관련 업무처리가 보험계약자의 권익을 침해할 가능성을 감안해 대주주와 용역계약 시 결과물에 대한 검수 및 기간 연장, 지체상금 처리 등 업무집행이 적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카드까지 불똥 왜?
삼성생명의 암보험 부지급과 관련된 금융위의 판단에서 가장 관심을 끌어 온 대목은 기관경고 조치의 확정 여부였다. 기관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은 금융사는 향후 1년 간 금융당국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고, 대주주 변경 승인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특히 통상 한 달을 넘기지 않는 금융위의 징계 결정이 이례적으로 지연되자 일각에서는 삼성생명 봐주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금감원이 제재심을 다시 개최해 제재 수위를 경감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일었다. 앞서 2020년 12월 금감원이 기관경고 중징계를 예고한 점을 고려하면 벌써 13개월째 최종 결정이 지체된 상태였다.
하지만 금융위의 이번 결정으로 삼성생명은 중징계를 면할 수 없게 됐다. 기관경고가 금감원장 전결 사항인 만큼, 금융위는 간섭할 수 없다는 내부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에 대한 기관경고의 영향은 자회사인 삼성카드에까지 미치고 있다. 금융위는 삼성생명이 금감원 제재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삼성카드가 신청한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 심사를 보류한 상태다.
마이데이터는 금융권의 새 먹거리로 꼽히는 대표적 서비스로 금융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마이데이터는 신용정보의 주체인 고객의 동의하에 은행이나 보험사, 카드사 등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생명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조치명령을 통보 조치하고, 금감원은 금융위 의결 후 금감원장에 위임된 기관경고 기관 제재 및 임직원 제재 등을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