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남구 무공천 결정 후폭풍
권영세 "무소속 출마자 복당 없다"
청년 공천 등 혁신 기대했던 당원들
비판 목소리…무공천 결정 번복 촉구 목소리도
국민의힘이 '책임정치 실현'이라는 명목으로 3·9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무공천을 결정한 대구 중·남구 지역이 되레 비판의 불씨를 낳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이 된다면 복당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국민의힘 당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3·9 보선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세 의원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자의 복당은 없다"고 밝혔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당의 명령'이라 주장한 김재원 최고위원을 정면으로 겨냥해 비판한 것이다.
해당 지역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의원직 사퇴로 보선이 열리게 된 지역이다. 곽 전 의원은 아들 곽 모 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결과적으로 보선이 열리게 된 귀책 사유가 국민의힘 측에 있는 만큼, 이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같은 맥락에서 서울 종로구, 경기 안성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세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민주당의 결정에 대한 맞대응 성격도 있다.
문제는 당내 인사의 탈당 후 출마를 제어할 어떠한 장치도 없는 상황에 기인한다. 당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던 최고위원 중 한 사람인 김재원 위원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점도 당 안팎의 반발을 심화시키고 있는 요소다.
결국 김 최고위원의 출마가 현실화될 경우, 사실상 무늬만 '무공천'일 뿐 공천을 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 국민의힘 대구시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난해 6월 당원과 국민들의 선택으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김재원 위원이 자기 자신의 영달을 위해 헌신짝처럼 그 직을 버리는 것은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라며 "이렇게 되면 당으로서도 굳이 무공천 결정을 감행했을 이유가 없지 않는가, 선의가 되레 비난이 되어 돌아오는 형국"이라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 또한 "김 최고위원은 당에 꼭 필요한 분으로, 당대표로서 김 최고위원에게 대선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에둘러 불만을 표출했으며, 이언주 전 의원도 "이런 오만함으로는 이기기도 힘들고 이겨도 국정 유지가 어렵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 일각에서는 공관위가 무공천 결정보다는 혁신과 쇄신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을 전략적으로 공천하는 방안이 낫지 않았겠냐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당초 지역에서는 청년 공천 등 혁신 공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진 바 있다.
대구경북청년회가 "혁신공천으로 청년에게 기회를 열어달라"며 "지금까지 대구.경북은 청년의 국회 입성을 한 차례도 허락하지 않았다. 지역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이때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일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이 진심으로 청년을 위한다면 지역을 위해 뛰고 있는 청년정치인들의 의견도 수렴할 줄 알아야 한다"며 "이번 무공천 결정에서 당내 목소리와 청년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점은 당원들의 입장에서 실망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