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오리지널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
완성도에 대한 호불호
디즈니+가 첫 오리지널 드라마를 내놨지만, 기획도 이를 채우는 내용도 부실하기만 하다. 후발주자로 나서 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을 부지런히 쫓아가야 할 디즈니+가 이 같은 안일한 접근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의문스럽기만 하다.
지난 26일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이 베일을 벗었다. 경찰대학을 배경으로 청춘들의 사랑과 도전을 담은 작품으로 가수 강다니엘과 배우 채수빈, 이신영, 박유나 등이 열정 가득한 경찰대 학생 역을 맡았다.
강다니엘의 첫 연기 도전작으로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작품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는 않았었다. 청춘들의 우정, 사랑, 성장을 다룬 이 드라마는 장르와 콘셉트 자체는 여느 청춘 드라마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공개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병수 감독이 경찰대학교라는 배경을 강점으로 내세우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KBS2 월화드라마 ‘경찰수업’에서 한 번 활용된 적이 있는 배경이었다. 당시 경찰대학교에서 펼쳐지는 교수와 학생들의 흥미진진한 공조 수사가 통쾌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그려졌었다.
다만 김 감독은 이 작품이 디즈니+의 색깔과 어울리는 드라마라고 설명을 하면서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자라고 생각했다. (드라마를 볼 때) 머리 아프지 않고 분노 유발 캐릭터 없는 드라마를 만들려고 했다”고 강조했었다. 이에 독특하거나 새롭지는 않지만 풋풋하고 청량한 청춘 드라마 본연의 매력만큼은 느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했다.
그러나 문제는 베일을 벗은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뻔한 설정과 짐작 가능한 캐릭터 등 그 내용마저도 기존의 것들을 답습하며 기대감을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정의감 넘치는 엘리트 신입생 위승현(강다니엘 분)과 당찬 매력의 고은강(채수빈 분)을 포함, 대다수의 캐릭터들이 이미 짐작 가능한 성격과 행동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악연으로 얽히는 과정에서는 우연이 남발되고, 이들의 관계도조차 벌써부터 예측이 되고 있다.
청춘 드라마 특유의 밝은 에너지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무의미하고, 유치한 농담들로 분위기를 형성하려 한 탓이다. 일례로 학생들이 샤워를 하면서 서로의 몸을 훑고, 이를 바탕으로 서열을 논하는 장면이 유머 코드로 활용됐으나, 유치한 말장난으로 웃음을 유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언급한 디즈니+와 어울리는 색깔 또는 장점을 보여주는 것마저도 실패한 셈이다.
강다니엘의 연기는 아직 분량도 역할도 크지 않아 평가하기 이르지만, 아직은 부족한 발성과 발음, 어색한 몸짓으로 우려를 유발했다. 본격적으로 그의 서사가 펼쳐지고, 감정 연기가 필요한 순간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론칭한 디즈니+는 마블스튜디오, 픽사 등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이 두터운 플랫폼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큰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초반에는 낮은 어플리케이션 완성도로 구독자들의 불편함을 유발했고, 이후에는 오리지널 작품의 부재로 구독자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었다. 첫 오리지널 예능으로 선보였던 SBS ‘런닝맨’의 스핀오프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은 구독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유도할 콘텐츠는 아니었던 것이다. JTBC 드라마 ‘설강화’의 독점 서비스는 오히려 악수가 됐다. 해당 드라마가 초반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를 서비스하는 디즈니+까지도 쏟아지는 항의를 감당해야 했던 것이다.
결국 아직까지는 디즈니+가 어떤 행보를 보여주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읽히지 않으면서, 대중들의 반응을 반전시킬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기 프로그램, 인기 출연자에게 숟가락을 얹는 오리지널 콘텐츠들의 안일한 접근은 디즈니+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낮추는 이유가 되고 있다. 당장 지난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과 정면 대결을 펼치는 상황에서 여러모로 비교되는 행보였던 것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대부분의 출연진이 신예들로 구성됐음에도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좀비물이라는 명확한 설정으로 공개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면,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강다니엘의 연기 도전이라는 키워드 외에는 어떠한 눈길 끌만한 요소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미 넷플릭스와 국내 OTT 티빙, 웨이브 등이 적극적인 행보로 팬들을 보유한 상황에서 디즈니+는 뒤늦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현재 ‘그리드’와 ‘카지노’, ‘무빙’ 등 다수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예고하고는 있지만, 지금과 같은 게으른 접근으로는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