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꼽을 정도로 좋았던 현장…많은 분들이 사랑 해주셔서 웅이와 더 잘 이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소한으로 최대한의 감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여태까지 했던 연기를 다 모아서 해내려고 노력했다.”
배우 최우식이 ‘그해 우리는’을 통해 ‘멜로킹’으로 떠올랐다. 시트콤부터 누아르, 액션 사극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지만, 유독 멜로와는 인연이 없었던 최우식이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달달한 멜로 연기도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세상에 없는’ 남자 주인공을 완성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도 마다하지 않았고, 이것이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이끈 원동력이 됐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그해 우리는’은 헤어진 연인이 고등학교 시절 촬영한 다큐멘터리의 인기로 강제 소환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10년 만에 재회한 최웅(최우식 분)과 국연수(김다미 분) 커플이 다시 얽히면서 겪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진솔하면서도 애틋하게 풀어내며 호평을 받았다.
3.2%의 시청률로 시작한 ‘그해 우리는’은 완성도에 대한 입소문을 바탕으로 시청률 상승세를 이뤄냈으며 최종회 5.3%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방송 내내 넷플릭스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되며 젊은 시청층의 지지를 받았다. 최우식 또한 시청자들의 응원 덕분에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드라마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5개월 정도 촬영을 했는데, 너무 재밌고 편안하게 연기를 했다. 행복하게 잘 끝냈다. 여태까지 연기를 해오면서 경험한 좋은 현장들 중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좋았다. 마음 맞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분들과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했다. 또 많은 분들이 사랑을 해주셔서 웅이와 더 잘 이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 시작 전까지만 해도 기대보다는 부담감이 더 컸다. 지난 2017년 ‘더 패키지’ 이후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최우식에게 영화와는 사뭇 다른 드라마만의 분위기가 다소 낯설게 느껴졌던 것이다. 배우 김다미를 비롯해 김윤진 PD와 이나은 작가 등 동료들에게 누를 끼치기 않기 위해 큰 책임감을 가지기도 했다.
“부담감 컸다. 촬영 초, 중반까지는 오히려 없었는데, 첫 방송 일이 다가오면서 심해지더라. 영화의 피드백과 드라마의 피드백은 좀 다른 것 같다. 드라마는 실시간으로 계속 온다. 다양한 시선, 리뷰들도 많고, 시청 연령대도 다양하다. 그래서 그랬던 것 같다. 또 함께한 김다미는 드라마를 잘했었고, 글도 너무 좋았다. 다미가 잘하는 건 누구나 다 알지 않나. 나만 잘하면 된다는 부담이 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더 많은 것을 표현하려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전교 꼴등이지만, 긍정적이고 자유로운 웅이의 매력을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오히려 많은 것을 내려두고, 현장에서 느껴지는 호흡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최웅을 위해 욕심을 낸 부분은 별로 없었다. 어떤 역할을 받으면 그 역할을 뽐내고 싶어 욕심을 내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 부자연스러운 모습도 나온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대한 느슨하게 하려고 했다. 상대방을 믿고, 또 감독님을 믿고, 글을 믿고 쓰인 대로만 연기를 하려고 했다. 더 추가를 하거나 내가 생각하는 감정을 표출하는 것보다 그 현장의 사람들 속에서 집중을 하려고 했다.”
‘그해 우리는’의 최웅은 우리네 주변에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멋진 남자 주인공이지만, 동시에 현실적이라 공감이 가는 인물이기도 했다. 현실과 판타지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최웅만의 매력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었고, 최우식 또한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대리만족을 하며 즐겁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최웅을 연기했지만, 나 또한 그렇게 사랑스럽고, 풋풋한 남자 친구는 아닌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대리만족을 하기도 했다. 이별도, 고백도 너무 아름답게 했었다. 모든 장면들에서 나도 대리만족을 하며 연기할 수 있었다. 미래에는 최웅처럼 연애를 하고 싶다. 최선을 다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예쁜 사랑을 해보고 싶다.”
물론 최웅의 현실감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해 우리는’은 각종 사건, 사고들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드라마가 아닌, 한 연인이 헤어졌다 만나는 과정을 포착하는 작품이었고, 이에 최우식도 더욱 섬세하게 캐릭터에 접근했다. 그동안 했던 연기와는 달랐지만, ‘그해 우리는’과 최웅만의 매력을 부각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에 도전했던 것이다.
“워낙 우리 드라마 내에서는 사건, 사고가 잔잔하게 그려진다. 여기서 최소한의 최대한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모든 신에서 높낮이를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 또 최우식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움직임과 얼굴로 최대한의 감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여태까지 했던 연기를 다 모아서 해내려고 노력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멜로 가능성을 입증한 것도 뿌듯했다. 새로운 장르,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연기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며 거듭 감사함을 드러낸 취오식이다.
“열심히 했는데, 좋은 반응이 와서 감사하다. 초반에 ‘멜로킹’이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했는데, 많은 분들이 실제로 좋아해 주셔서 너무 다행이다. 모든 드라마에는 성장을 겪는 캐릭터들이 있지만, 그런 역할들을 하면서 나도 함께 성장하는 것 같다. 그래서 기분이 좋다.”